평택서 온 메르스 환자 거절않고 수용… SNS 상에선 병원 이름 오르내려
외래접수창구는 썰렁… 운영 타격, 구내 편의점ㆍ식당도 개점휴업 상태
10일 수도권 지역의 한 대학병원.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여야 할 1층 외래접수창구는 썰렁할 정도로 한산했다. 한 눈에도 외래환자와 보호자보다 병원 직원 숫자가 더 많아 보였다. 수납창구도 마찬가지였고 대기번호표 발권기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병원 안 식당과 편의점에도 손님 발길이 뜸했다.
반면 1층 출입문은 눈과 코,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병원 직원들로 혼잡했다. 이들은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일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열이 있는지’ 등을 묻고 체온을 재거나 손소독제로 손을 닦게 했다. 지하 1층 출입문에도 온몸을 가리는 수술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배치돼 환자들을 상대했다.
병원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개인택시 기사 황명철(66)씨는 “평소 10~20분 정도 대기하면 손님을 태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태운다”며 “메르스 때문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경기 평택시에서 이송된 메르스 환자 A(59·여)씨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 환자는 음압병상이 있는 병원을 찾아 이 곳까지 오게 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이송을 위해 다른 병원에도 연락을 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병원에서 기피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수용한 병원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병원의 한 교수는 “병원과 의료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메르스 환자를 수용했고 격리치료시설도 갖춰져 있지만 환자 분들이 찾지 않고 있다”며 “다른 병원들이 메르스 진료를 하지 않으려 하고 전광판에 메르스랑 관련이 없다고 광고하는 병원까지 있어 억울한 마음이 있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경유 병원 명단에도 이 병원의 이름은 빠져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메르스와 관련해 이 병원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 병원에 격리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는 최근 상태가 호전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아직까지 미열과 폐렴 증상이 남아있어 격리 중이지만 증상이 없어지고 추가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오면 퇴원이 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이번 주말이 지나서 메르스 확산세가 조금 안정되고 보건당국에서 10일 밝힌대로 치료병원(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대학병원급 병원)과 노출자 진료병원(의심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급 병원), 안전병원(환자가 발생·경유하지 않은 병원)을 발표하면 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 병원의 최모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병원 측의 메르스 환자 수용 결정이 ‘상처뿐인 영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1,500명이 넘는 외래환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많던 수술들이 모두 하나씩 취소되고 있고, 수 많은 입원 환자들이 퇴원을 자청하고 있다”면서도 “그 분(메르스 환자)을 받아드린 병원의 결정은 감히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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