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25%↓ 대형마트 7%↓
놀이공원 입장객수 60%나 급감
'금리인하+추경' 패키지도 대두
환자ㆍ격리자에 긴급생계자금 지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주요 소비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물관, 놀이공원 영화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ㆍ여가시설의 경우 입장객이 50% 이상 급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필요 시 추가적인 경기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메르스 발생 전인 지난달 첫째~둘째주 평균과 이달 첫째주의 주요 체감 소비지표를 비교한 결과, 백화점 매출액은 25.0%, 대형마트 매출액은 7.2%씩 각각 감소했다. 특히 관광ㆍ문화ㆍ여가 분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후 열흘 간 2,657명에 불과하던 한국방문 취소 외국인 관광객 규모는 지난 8일 8,813명까지 급증했다. 이달 첫째주의 음식점 카드사용액은 지난달 첫째~둘째주 평균보다 12.3% 줄었고, 외식산업협회의 표본조사 결과 외식업소들의 평균매출은 무려 36%나 급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타격은 더 크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이달 첫째 주의 박물관 관람객 수는 무려 81.5%나 급감했고, 놀이공원 입장객 수와 영화 관람객도 각각 60.4%, 54.9% 감소했다.
메르스가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숫자로 확인되자, 최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불안심리 확산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점검해 필요 시 추가적인 경기보완방안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추경을 특정해서 언급한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경기보완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최 부총리가 “추경 편성으로 대응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것에 비하면 한층 진전된 입장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추경’이라는 패키지 부양책의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추경 편성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추경에 더 적극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경제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추경 편성 등 선제적 대책을 강조하는데 정책당국은 메르스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대응 속도와 타이밍을 잘 잡아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당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추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재위는 다음 주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을 포함한 정부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메르스 의심 또는 확진 진단으로 입원하거나 격리된 환자에게는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긴급복지 수준(4인 가구 기준 110만원)의 긴급 생계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또 관광 여행 숙박 공연 등 메르스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관련 업종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실업급여 수급자나 직업훈련생 등이 격리대상자가 돼 취업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훈련에 결석할 때도 실업 급여나 훈련비는 그대로 지원하기로 했고, 부모가 격리된 12세 이하 자녀에 대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최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메르스 환자 진료로 손님의 발길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중소 병ㆍ의원에는 총 2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한시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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