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참석 못한 구술시험 재응시… "나치 희생자 위해 원칙 세우는 일"
독일 102세 할머니가 세계 최고령 박사학위 취득자가 됐다. 나치 정부의 압력으로 박사학위 최종 시험에 참석하지 못했던 그가 약 80년이 흐른 후 다시 학위에 도전한 것이다.
9일 BBC에 따르면 잉게보르크 라포포트 할머니는 1937년 당시 독일 사회의 심각한 문제였던 디프테리아에 관한 박사 연구논문을 썼다. 하지만 그는 함부르크 대학에서 서면으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는 인증서까지 받아놓고도 마지막 학위 승인 구술시험에 참석을 금지 당했다. 그의 어머니가 유대인이라는 이유였다.
함부르크 대학에서는 올 들어 잘못된 과거를 수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함부르크 의대 우베 코흐-그로무스 학장이 지난달 13일 베를린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 세 명의 의대 교수를 보내 77년 전 이루어지지 못했던 구술시험을 진행케 한 것이다.
라포포트 할머니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간 디프테리아에 대해 어떤 연구가 있었는지 벼락치기 공부를 했고, 구술시험에 통과했다. 할머니는 “102세의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치 희생자들 모두를 위해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교수들이 차분하게 시험을 진행해 주었다, 대학 측이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학위 수여식은 9일 함부르크 대학 의료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나치에게 빼앗긴 학위를 되찾았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령 박사학위 취득 기록이 경신된 날이기도 했다. 기존 최고령 박사학위 취득 기록은 2012년에 97세의 호주 치과의사 앨런 스튜어트가 보유하고 있었다.
라포포트 할머니는 1938년 박사학위 취득에 실패한 직후에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갔다가, 1952년에는 맥카시의 좌파 탄압을 피해 다시 동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등 굴곡의 인생사를 겪었다. 동베를린에 돌아온 후에는 의사가 되어 영아 사망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기여로 국가에서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할머니는 1964년부터 동베를린의 병원 소아과에서 일하다 1973년에 은퇴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80대까지 연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한편 지난 5일에는 미국 대학 역사상 최고령 졸업자가 나왔다. 99세의 도리타 대니얼스 할머니는 고령으로 특히 컴퓨터와 수학 활용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2009년부터 시작한 캐니언대학 사회과학분야 학사 과정을 올해 당당히 마쳐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결혼 후 출산, 육아 때문에 공부의 꿈을 접었다가 손자들의 대학 졸업을 지켜보며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는 대니얼스 할머니는 졸업식에 모인 동기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라, 누구도 당신을 좌절시킬 수는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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