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거주자 등 지방 피신 늘어… 직장인은 종일 감염 정보 찾기만
‘메르스 공포’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메르스 진원지 인근 거주자들은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면서 ‘메르스 피난’을 떠나기도 하고, 직장인들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인터넷을 들락거리느라 업무에 집중을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송모(37)씨는 이달 1일 임신 5개월인 아내(33)와 아들(2)을 처가인 전남 영광으로 내려 보냈다. 그는 애초 7일까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로 했지만 메르스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다시 가족과 상봉하는 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송씨는 10일 “일주일이 지나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일단 14일까지만 헤어져 있기로 했다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번 더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가장들도 처자식을 경남 창원, 진주 등 처가로 보낸 경우가 있다”며 “마음 같아선 온 가족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직장 때문에 가족들만 피신시켰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로 밝혀지면서 서울 강남구 일대 거주자들도 ‘메르스 피난’ 대열에 오르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6ㆍ여)는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리스트가 공개되자 고심 끝에 8일 아들(7)과 딸(4)을 친정이 있는 경남 창원으로 내려 보냈다. 이씨는 “감염자를 낸 병원이 지척에 있어 아이들이 나가 놀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자식들을 시골로 내려 보낸 학부모는 내가 아는 것만 6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지방에 연고가 없는 한 학부모는 아들을 우리 친정에 보낼 수 없겠느냐고 물어온 적도 있다”며 이 지역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직장족들은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지만 불안한 마음만은 감출 수가 없다. 서울 삼성동에 직장이 있는 김모(30)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부터 ‘혹시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안에 떨던 그는 얼마 전부터 ‘메르스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컴퓨터 즐겨찾기 메뉴에 추가해 30분 단위로 새로 고침을 하며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이 사이트는 메르스 관련 언론 기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 소문, 메르스맵, 감염 병원리스트 등 각종 정보가 망라돼 있다. 김씨는 “사용자들이 ‘하루 종일 웹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이럴 거면 굳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 했나’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많이 오간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