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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약에 중독된 남북한

입력
2015.06.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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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남북한은 ‘나쁜(적대적) 분단’ 70년을 맞고 있다. 그동안 통일은커녕 ‘좋은(우호적) 분단’조차 이루지 못한 한민족은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스스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국가운명의 방향을 직접 결정하는 게 지도자들이라면 그들을 권좌에 앉히는 건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세월호사건 당시의 선장과 현재 남북한 지도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남한은 경제적 성공국가라고 할 수 있다. 6ㆍ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미국의 원조로 겨우 걸음마를 뗐던 한국은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를 거쳐 1996년 경제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었고, 2009년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탈바꿈하는 신기록을 세계 최초로 세웠다. 2010년 G20 정상회담 서울 개최가 상징하듯 여타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한국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군사적으로도 한국은 군비확충과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재침을 억제해왔을 뿐만 아니라 현재 ‘글로벌 화력지수(Global Firepower Index)’에 있어서 126개 국가 중 7위를 차지하는 성공국가이다. 이렇게 경제적, 군사적 능력을 축적하고 앞으로도 더 발전할 잠재력을 갖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청춘을 바친, 때로는 귀중한 목숨까지도 바친 우리 선배들의 노고에 옷깃을 여밀 수 있는 성찰이 젊은 세대에게도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한민족의 운명을 내다볼 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을 쓰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다. 남북한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기득권 세력을 지속, 강화시키는데 이용해 왔다. 그 결과 유래 없는 3대 세습독재가 북한에서 지속되고 있고, 남한에서는 정치지도자들의 묵인 하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 판사 임용 과정에서의 사상 검증 등 비민주적 행태가 지속되어왔다. 또한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를 비롯해 나쁜 것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반면 노동권, 언론자유지수, 노인복지 수준, 삶에 대한 만족도 등에서는 대부분 멀리 뒤쳐져 있다. 세계 최악의 국가인 북한과 비교하며 스스로 만족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연료를 가득 채운 선박은 어디든 누비고 다닐 힘을 갖고 있지만, 조타수와 선장을 잘못 만나면 세월호 꼴이 날수 있다. 세계정상급 육상선수도 낭떠러지를 향해 달린다면, 최선을 다해봐야 결과는 죽음뿐이다. 한민족의 운명이 세월호나 예의 육상선수처럼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바로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의 책무인 것이다.

무기는 마약과도 같다. 국가안보를 빌미로 끝없는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남북한은 공히 마약중독자와 다름없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까지 되었고 핵은 오직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핵확산금지조약으로 어쩔 수 없는 한국을 상대로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군비경쟁은 결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적대국간에는 소위 ‘안보 딜레마’ 기제가 작동한다. 즉 일국이 순전히 방어 목적으로 군비를 증강해도 그 의도를 의심하는 타국은 위협을 느끼고 그에 따라 자기도 군비증강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양국 모두 군비경쟁의 악순환에 빠질 뿐, 안보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약을 절실히 원하는 중독자가 하고픈 대로 하면 결국 파탄에 이르듯 주관적 이익과 객관적 이익은 다를 수 있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국가이익ㆍ안보를 강조하며 막대한 자원을 군비증강에 쏟아 붓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게을리 하고 있다. 어서 남북한 관계에 물꼬를 트고 일단 ‘좋은 분단’을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이다. 안보는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서로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로 변화시키는 게 그 핵심이다. 통일은 그 후의 일이다.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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