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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아임 고잉 홈

입력
2015.06.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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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겠지만, 짐을 싸는 건 당연하게도, 당연하지 않은 상황과 맞닥뜨렸다는 걸 뜻한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아가면 몸이든 마음이든 이곳의 체계와 법칙을 벗어나 다른 체계와 법칙 속에서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게 필수다. 그걸 짧은 기간에 반복해야 한다면 몸도 마음도 몇 번쯤 털갈이한 짐승처럼 예민하게 들썩이기 마련이다. 그게 설레기도 두렵기도 하다. 낯선 곳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되돌아간 낯익던 곳은 얼마나 다시 낯설어질까. 원래 살던 집이 사라졌거나 혹여 그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보던 편의점 아주머니는 십 수 일만에 나타난 나를 킹콩이나 타잔 보듯 하는 건 아닐까. 친구들은 내게서 전에 없던 기름기와 허영만 읽어내는 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나일까. 물론 그냥 해보는 생각이다. 허나 농담만은 아니다.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돌아갔을 때 경험 이전의 나와 경험 이후의 내가 물 보듯 뻔한 사람에 불과하다면, 그건 내가 보낸 시간과 몸담았던 공간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도 싶다. 당연하던 내가 당연하지 않은 일을 겪고도 여전히 당연할 뿐인 나라니. 짐을 싸며 문득, 이 짐들은 낯선 곳의 시간을 어떻게 입력했을지 궁금해진다. 서울에 가면 답이 나올까. 아무튼 이제 돌아갈 시각. 때 아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안에 있어도 밖에서 봐도 애증덩어리인 우리의 사우쓰 코리아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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