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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가 되고… 돛단배가 되고… 예가 仙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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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가 되고… 돛단배가 되고… 예가 仙界로다

입력
2015.06.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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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범풍순(一帆風順) 금계보효(金鷄報曉) 선옹축복(仙翁祝福) 천마행공(天馬行空) 우후춘순(雨後春筍) 신필화천(神筆畵天).

보는 각도에 따라 돛단배가 되고 황금닭볏으로 변했다가 신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후에 따라 천마가 되어 허공을 날기도 하고, 비 온 뒤 죽순처럼 솟아오르기도 하고, 신의 붓 놀림을 보듯 변화무쌍하다. 봉우리 하나에 이렇듯 거창한 이름을 6개나 붙였으니 중국식 과장법이 끝이 없다.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시 신선거(神仙居)에는 이런 식의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져 있다.

신선거는 중국인도 잘 모르는 저장성의 비경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설치한 잔도를 따라 가며 아찔한 운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신선거는 중국인도 잘 모르는 저장성의 비경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설치한 잔도를 따라 가며 아찔한 운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신선거 관광지구까지는 약 360km, 고속도로로 쉬지 않고 달려도 4시간은 족히 걸린다. 제대로 다리 한번 쭉 뻗어보지 못하고(관광버스는 겉모습은 번듯했지만 좌석간격은 좁아 장거리 승객에게는 불편해 보였다), 실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차창에 머리를 콩콩 찧기를 수 차례,‘와!’하는 감탄사에 두 눈을 번쩍 뜨고 차창을 살폈다. 평범해 보이는 시골 농촌 풍경 너머로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2곳의 입구 중 일행이 도착한 곳은 북해(北海) 케이블카 출입구. 1인당 125위안(한국 돈 22,500원 가량)이니 입장료가 적지 않다. 시작은 잘 닦여진 숲길 산책로다. 지압하기 적당한 크기의 자갈로 깔끔하게 포장돼 있다. 삼나무 숲과 아열대 상록활엽수림이 섞여 하늘을 뒤덮었다. 녹나무와 차나무과 상록교목이 주를 이룬 아열대 숲은 생태환경이 우수해 경관 가치와 학술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바깥에서 보던 웅장한 바위 봉우리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신비로움을 더한다. 아열대의 싱그러운 냄새에 장시간 차량 이동으로 쌓인 피로가 절로 풀린다. 곳곳에 샛길을 만들어 동굴과 폭포 등을 둘러보고 나올 수도 있게 만들었다.

쉬엄쉬엄 30분 가량 숲 산책이 끝나면 케이블카 승강장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선 찾기가 시작된다. 해발 700m 정도의 상단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리자 드디어 눈높이에서부터 까마득한 절벽 아래까지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나 봉우리 규모로만 본다면 한국에도 이정도 산은 흔하다. 다른 점은 이 거대한 산봉우리가 대부분 바위라는 점이다. 그것도 조각난 돌덩이가 쌓인 게 아니라, 거대한 바위 덩어리 하나가 큰 봉우리 하나다. 떨어져 보이는 거석 봉우리들은 U자와 V자 모양의 협곡을 이루며 연결돼 있다. 약 1억년 전 강력한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대거 분출된 지형에 6천만년 전 신생대에 융기와 침식으로 가파른 벼랑과 험준한 절벽이 형성된 결과다.

우뚝솟은 바위 봉우리들이 구름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우뚝솟은 바위 봉우리들이 구름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절벽따라 설치한 잔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절벽따라 설치한 잔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이렇게 가파르니 더 이상 등산로는 없을 것 같지만 이곳은 중국이다. 8부 능선쯤에 바위 봉우리를 둘러 잔도를 설치했다. ‘잔도(棧道);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 선반처럼 달아서 낸다.’ 국어 사전에 있는 말인데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익숙하지 않다. 발 아래는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다. 폭이 족히 1m는 넘고 콘크리트 바닥에 안전대까지 든든한데도 몸은 자꾸만 벽으로 붙는다. 예능 프로그램‘무한도전, 해외 극한 알바’편에서 정형돈과 하하가 끝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 중국의 잔도 공사현장이다. 잔도는 지그재그로 수 십 개 봉우리를 돌아 반대편 또 다른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연결돼 있다.

길은 상부 케이블카가 있는 봉우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버스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구름 층이 두꺼우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거라는 가이드의 말에 걱정했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산 아래서 오르는 구름이 간신히 봉우리 꼭대기만 드러내고 있다. 구름바다, 운해라는 표현이 단순히 시적 은유나 과장만이 아님을 실감한다. 남측 입구를 남해(南海), 북측 입구를 북해(北海)로 표시한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정지된 듯 보이는 구름은 한 굽이를 도는 사이 조금 전에 본 풍경을 삼키고, 또 다른 봉우리를 드러내 보인다. 같은 봉우리도 구름 모양 따라 수시로 달라 보이니 6개 아니라 10개의 이름을 가졌다 해도 과장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소나무 몇 그루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산 꼭대기는 유사이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모습일터, 그곳에 신선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구름이 없는 날도 아열대의 기후는 늘 희뿌연 안개를 머금고 있어 원근감이 신비스러움을 더한다니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3시간 산책로의 절반 이상은 이런 길이다.
3시간 산책로의 절반 이상은 이런 길이다.
계곡을 연결한 출렁다리 아래로 케이블카가 지나고 있다.
계곡을 연결한 출렁다리 아래로 케이블카가 지나고 있다.
돌아서면 바뀌는 절경에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돌아서면 바뀌는 절경에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북측 케이블카에서 하산지점인 남측 케이블카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전망대와 화장실도 잘 갖췄고, 해설판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세웠지만 아쉽고 불친절 한 게 딱 하나 있다. 이정표에 남은 거리나 예상시간 표시가 빠졌다. 돌아서면 나타나는 또 다른 비경에 감탄사도 차츰 지쳐갈 즈음,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주위 산세가 마지막 남은 탄성까지 쥐어짠다. 100m는 넘어 보이는 깊은 U자 계곡에 120m 길이의 남천교, 6개 밧줄을 양쪽 암반에 단단히 고정시켰다고는 하지만 지나는 사람들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리다. 후들거리는 발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아찔하다.

하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남측 입구까지는 또 다시 30분을 걸어야 한다. 북측 입구 보다는 경사가 가파르고 아기자기하다. 등산로와 바로 붙어 있는 폭포도 정겹고, 군데군데 땀 식히고 발 담글 장소까지 있어 하산길이 한결 가볍다. 구름 속 절벽 타고 봉우리와 봉우리를 넘나들었던 한나절 동안은 모두가 신선이 아니었을까?

타이저우(중국)=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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