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버전 갤럭시 S6(왼쪽)과 LG전자 디즈니시리즈
한국 대표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사는 출시 제품에서 자사의 로고를 삭제하는 마케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 "광고에도 로고 빼" 삼성전자의 '눈치게임'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일본에 출시했다. 액정 상단부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영문 로고 각인은 일본 이동통신사들의 기업명으로 대체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 갤럭시S6 광고나 안내서 등에서도 삼성전자의 로고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법인 삼성전자 재팬도 "기업 이름이 아닌 '갤럭시(GALAXY)' 브랜드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이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은 뜨겁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실리를 취했다"고 평가했고 산케이 신문은 "삼성 로고를 지워 판매한 나라는 일본 뿐"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선택을 참신한 시도로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IT 공룡으로 통하는 삼성전자가 일본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사의 정체성을 버리면서까지 일본 시장에 집착하는 것은 혐한 기류를 의식한 전략적 베팅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국가별로 판매 전략을 다르게 취한 것일 뿐 의도적인 눈치보기는 아니다"라며 "갤럭시 이미지를 글로벌 브랜드로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갤럭시S6의 사양을 일부 변경했고, 중국에서는 '갤럭시'를 '가이러스'로 변경해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을 아시아 주요 판매처로 확보하기 위해 로고를 삭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위 기업 애플의 추격으로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최대 공급처로 꼽히는 중국 시장은 이미 화웨이와 샤오미 등 현지 업체가 주도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면에서 크지 않지만 선진 시장으로 분류되는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맞춤식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모바일 부문의 회복세를 앞당기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로고를 삭제한 것은 혐한 기류를 의식했다기 보다는 일본 시장 안착을 위한 눈치 전략 일 것"이라고 말했다.
■ "타국 디즈니 제품도 로고 없어" LG전자의 당위성 찾기
삼성전자의 라이벌 기업 LG전자 역시 일본 판매 제품에서 로고를 삭제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LG전자는 '월트 디즈니 재팬'과 함께 출시한 스마트폰 '디즈니 모바일 온 도코모 DM-01G'에서 자사의 로고를 삭제했다. 이 제품은 디즈니 캐릭터로 디자인 된 스마트폰이다. 5.2인치 풀HD IPS디스플레이와 NFC 결제 기능을 갖춘 칩셋 '펠리카(Felica)'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일본에서 판매중인 디즈니 도코모 시리즈는 총 8개 모델이 있다"며 "디즈니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회사처럼 기업 로고를 넣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조 당시 NTT도코모와 월트 디즈니 재팬 측이 로고 삭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폐쇄적인 일본 휴대전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마저 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40.8%)을 제외하고 소니(18.1%), 샤프(12.4%), 후지쓰(8.8%) 등 현지 업체들이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일본인의 자국 기업 선호도가 높아 해외 기업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IT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러한 행보가 얼마만큼의 흥행 여부를 거둘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 정체성을 버리면서까지 판매량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의 관계자는 "일본 휴대전화 시장의 경우 해외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흥행 가능성도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세계 시장을 놓고 볼 때 샤오미처럼 소프트웨어 개선과 저가 정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버리면서까지 비위를 맞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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