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혈견은 흔히 ‘똥개’라고 불린다. ‘똥 먹는 개’라서 그렇게 부른다는데, 그렇다면 푸들도 시츄도 비글도 모두 똥개가 될 수 있다.
보호자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반려견이 똥을 먹는다고, 똥 먹는 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문의해온다. 물론 반려견이 자신의 변이든 다른 동물의 변이든 대변을 먹고 보호자의 얼굴이나 손을 핥는 것이 유쾌할 순 없다. 하지만 대변을 먹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에 앞서 왜 반려견이 대변을 먹는지 파악해보아야 한다.
대변을 먹는 증세, ‘식분증’은 많은 과학자들과 수의사들이 토론하는 주제다. 다양한 견해와 연구결과가 있지만 몇 가지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짧은 줄에 묶여있는 개들이 자신의 대변을 먹는 경우가 있다. 본래 개들은 먹고 쉬는 공간과 배변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좁은 우리 안이나 1미터도 안 되는 개줄에 묶여 생활하는 개들은 자신의 변으로 인해 생활공간이 더러워지는 것에 대한 좌절감으로 인해 청소의 욕구가 표출되어 변을 먹기도 한다.
2. 어미견은 새끼를 낳은 직후부터 강아지가 생후 4~6주까지 다른 동물에게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강아지의 변을 먹어버린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 중 하나이다.
3. 성견이 되기 전까지 강아지들은 호기심에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핥아보고 물어보는 등 입에 넣어본다. 여기에 대변이 포함되기도 한다. 일부 강아지들은 성견이 되어 흥미를 잃고 더 이상 변을 먹지 않지만 일부는 강아지 때의 버릇이 평생 가기도 한다.
4. 자극도 없고 지루한 환경에서 대변을 갖고 놀다가 먹는 행동이 시작되어 고착화되기도 한다.
5. 반려견이 대변을 먹을 때의 보호자의 반응이 반려견 입장에서는 ‘관심 획득’으로 인지될 수 있다. 보호자는 역겹다는 표현을 한 것이지만 반려견은 그러한 보호자의 행동이 자신을 향한 넘쳐나는 관심이라고 받아들이며 변을 먹는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
6. 건강상의 문제로 인하여 어느 날부터 대변을 먹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췌장기능부전증이다. 췌장기능부전증으로 인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트립신(Trypsin)과 키모트립신(Chymotrypsin),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Lipase), 다당류를 분해하는 아밀라아제(Amylase)라는 소화효소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을 때에 변을 먹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질병에 시달리면 반려견은 허기에 계속 시달리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지만 몸무게는 계속 빠진다. 왜냐면 음식이 제대로 소화가 되어 몸으로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부피가 있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성분을 함유한 대변은 이 질병에 시달리는 반려견이 취할 수 있는 좋은 간식이 되는 것이다. 또한 과다한 내부기생충 감염에 시달릴 경우에도 소화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변을 먹기도 한다. 따라서 변을 먹는 행동은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며 우선 담당 수의사를 방문하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야 한다.
7. 반려견이 먹는 사료에 특정 영양소나 미네랄이 부족할 경우에도 대변을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변 먹는 행동을 멈추기 위해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1) 대변 발견 시 즉시 치운다.
2) 반려견이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식이 조금씩 나오는 기능성 장난감을 제공해주고 매일 산책을 나가는 것이 방법 중 하나다. 반려견의 품종과 나이에 맞는 충분한 운동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3) 건강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담당 수의사를 찾아간다.
4) 주기적으로 구충제를 투여한다.
5) 사료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사료에 충분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해본다.
6) 지나치게 많은 양의 사료를 줘서 장에서의 소화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사료가 덜 소화되어 일부 사료의 성분이 그대로 대변에 포함되어 배출될 경우 대변에서 매우 맛난 냄새가 날 수 있다.
7) 대변에 매운 후추나 고추가루, 레몬 등 맵고 신 향신료를 뿌려놓는다. 아쉽게도 이 방법은 일부 반려견에도 효과가 있으나 일부 반려견은 개의치 아니한다. 또한 이 방법은 한두 번에 성과를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8) 반려견이 좋아하지 않는 맛과 냄새가 대변에 나게 하는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제품을 구입하여 사료에 섞어서 제공해본다.
반려견이 대변을 먹는 행동을 보면서 견디기 힘든 보호자분들에게 대변을 먹는 행동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왜 대변을 먹는지를 이해하고 인내와 시간을 바탕으로 반려견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반려견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는 날은 올 수 있을 것이다.
이혜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장(수의학박사ㆍ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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