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김상현(35ㆍkt)과 박재상(33ㆍSK)에게 2014시즌은 악몽 같은 한 해였다. 보통 9시즌을 채우면 프리에이전트(FA)에 다가서지만 2001년 나란히 1군 무대에 첫 얼굴을 내비쳤던 둘은 14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당시 SK에 함께 몸 담았던 김상현과 박재상은 각각 42경기, 3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필 FA 자격을 채울 수 있는 중요한 시즌에 최악의 슬럼프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팀 동료이자 예비 FA인 최정, 김강민이 '대박'을 칠 때 이들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도 있지만 김상현과 박재상은 과거를 훌훌 털고 올해 FA 재도전에 나섰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도자기가 탄생하듯 오랜 세월의 깊이 있는 경험이 지혜가 돼 온전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김상현은 "기회를 못 잡은 내 잘못"이라며 "오히려 작년 경험이 쓴 약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박재상 또한 "지난 시즌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올해를 준비하면서 초조함은 없었다"면서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단지 부상 없이 꾸준히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또한 "벌써부터 FA를 의식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야구를 제대로 하고 결과는 시즌 종료 후에 평가 받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신생 팀 중심 타자로 자리 잡은 김상현
김상현은 지난해 11월 막내 구단 kt의 특별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전성기를 함께보냈던 조범현 kt 감독과 재회했다. 김상현은 2009년 KIA 시절 당시 조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36홈런과 127타점으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꿈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이듬해에도 홈런 21개로 거포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2012년부터 부상으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2013년 SK로 트레이드 된 후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조 감독을 만난 김상현은 또 한 번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중심 타자로서 9일 현재 58경기에 나가 팀 내 가장 많은 홈런(12개)과 타점(37개)을 올렸다. 두 자릿수 홈런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불안한 수비다. 벌써 6개의 실책을 했다. 그럼에도 조 감독은 꾸준히 김상현을 내보내고 있다.
김상현은 "선수가 없으니 나를 쓰는 것일 뿐"이라며 "수비도 빨리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심 타자의 책임감에 대해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는데 타격이 받쳐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동안 2~3점을 내는 야구를 했다면 앞으로 꾸준히 4~5점을 내는 야구를 해야 한다. 외국인 타자(댄 블랙)도 새로 왔으니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강민 공백을 지웠던 박재상
박재상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공수주 3박자를 뽐내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부상이 찾아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2년에는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푼6리 4홈런 23타점 6도루에 그쳤다. 지난해엔 고작 38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은 시작을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4월까지 성적은 타율 0.333(63타수 21안타) 2홈런 14타점 3도루. 무릎 부상으로 빠진 김강민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활약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박재상은 5월 들어 페이스가 떨어졌다. 5월 한 달간 타율이 0.226(84타수 19안타)으로 저조했다. 지난달 말에는 김강민이 돌아오고 리드오프 이명기의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벤치 멤버로 밀려났지만 박재상은 기다림의 미학을 안다.
그는 "어차피 시즌은 길다. 부상만 없다면 기회는 다시 온다. 추억의 박재상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희 SK 감독 역시 박재상에 대해 "기회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잘 아는 선수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사진=kt 김상현(왼쪽)-SK 박재상.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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