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건에 이르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수임내역을 마지 못해 공개한 법조윤리협의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협의회가 오히려 황 후보자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자 야당에선 협의회 폐지 검토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07년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예우 등 법조윤리 위반 실태를 파악해 징계개시를 신청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협의회의 권한은 2013년 황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청문회를 기점으로 더 강화됐다. 당시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내역을 전혀 제출하지 않자 국회는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 출신 변호사들이 최초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자료를 협의회에 의무 제출하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협의회는 황 후보자의 두 번째 청문회에서 권한 강화 취지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8일 후보자 본인이 19건 자료 공개에 동의했음에도 협의회는 9일 오전까지 “사건 의뢰인 정보 보호를 규정한 변호사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자료 열람을 거부했다. 결국 여야 인사청문위원들은 이날 오후 “외뢰인이 특정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겨우 협의회로부터 열람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야권에선 협의회 위원들이 모두 법조인인 점을 근거로, 결국 동료 변호사를 감싼 것 아니냐는 불신이 가득하다. 자신들도 황 후보자와 같이 검증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기계적 법 해석을 하며 미리 퇴로를 열어뒀다는 얘기다.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 수석부대표는 “법조인의 이익단체로 전락한 협의회의 인적 구성이 전면 개편되지 않는다면 단체의 존폐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협의회는 위원장인 이홍훈 전 대법관을 포함 판·검사와 변호사 각 3명씩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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