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파문 이어 쉰들러홀딩스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제동
최근 기업들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거 단순히 기업 결정에 따라 주가 상승이나 배당 이익만 바라보던 주주들이 능동적인 주주 권리 실현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외국계 투기자본부터 똑똑한 개미까지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타산이 얽혀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데 이어 이날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 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쉰들러홀딩스가 문제 삼는 것은 지난 4월 29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운영자금 명목으로 2,64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부분이다. 쉰들러홀딩스는 “최근 4년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지난 3년간 배당도 하지 않은 회사가 왜 유상증자를 하느냐”고 반발했다.
쉰들러측은 숱한 이익금을 현대그룹 전체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 것 아니냐는 비판어린시각을 갖고 있다. 쉰들러홀딩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5%를 가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직접 갖고 있는 9.7%를 비롯해 우호지분까지 합쳐 31.3%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 주주들도 엘리엇 측에 섰다. 이 가운데 일부는 최근 인터넷에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cafe.naver.com/black26uz3) 카페를 개설했다. 이날 현재 이 카페의 회원 수는 800여명이다.
카페 운영자 '독타맨'은 공지 글을 통해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주권을 엘리엇 측에 위임하자고 제안했다. 일부 카페 회원들도 위임 방법이 정해지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소액 주주의 권리를 위해 엘리엇의 국내 법률 대리인 격인 법무법인 넥서스와 협력하자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주식 교환 비율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배당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압박카드를 내밀고 있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공격은 목적을 떠나 그 자체로 예리하다는 평이다.
이런 분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문제삼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통해 삼성전자를,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9.7%를 통해 현대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지분율이 취약하다 보니 여러가지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SK그룹을 뒤흔들었던 소버린 사태, 2004년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공격,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공격 등이 대표적 사례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자본주의가 주주자본주의에게 공격당하는 모양새”라면서 “개별 주식회사로서 이해관계를 무시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지배구조 유지에 몰두하다보니 다른 주주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작업도 부족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소버린 사태 이후 모든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성은 인식했으나 ‘실탄이 없다’는 이유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간에 걸친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개선 계획을 세워서 주주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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