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발 확진자 2명
김제 옥천 등 다른 의료기관 찾아
또 다른 감염 경로 생길라 우려
증상 발현자가 요양병원 가 있기도
삼성서울병원 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유행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9일 이 병원 추가 확진자는 3명으로 전날 17명에 비해 뚜렷하게 줄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등 또 다른 대형병원들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더구나 감염병원에 노출된 환자들이 ‘메뚜기 식’으로 전국에 걸친 의료기관에 들르고 있어 메르스 사태의 진정을 관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의료기관 안 가야 수습”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3명,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각 1명,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2명, 건양대병원에서 1명 등 확진자 8명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9일 현재 공식 집계된 확진자는 모두 95명이다.
특히, 이날 확인된 삼성서울병원발 확진자 2명이 다른 의료기관을 찾은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감염 경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달 27,28일 이 병원 응급실에 머문 89번 환자(59)는 격리 전인 3일 전북 김제시 우석병원, 5일 미래방사선과의원과 한솔내과의원을 경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8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거친 병원을 방문한 300여명을 격리 조치했다.
90번 환자(62)도 삼성서울병원을 거쳤다가 3일 열이나 충북 옥천제일의원에 가 진료받고, 6일 호흡곤란으로 옥천성모병원에 갔다. 그 뒤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보건당국은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을 ‘코호트’(감염 발생 병동을 폐쇄해 노출자 진료)하고, 경유 병원과 을지대병원 응급실 체류 환자를 추적하고 있다. 이 환자는 응급실에서 ‘에어로졸’ 우려가 있는 기도삽관을 받았고, 중환자실에서 30여명과 같이 있었다.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오늘 같은 사례들이 없어야 메르스를 잡는다”며 “국민과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증상 발현 환자를 요양병원에 둔 정부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새로 확인된 확진자 2명의 동선과 보건당국의 후속조치도 불안을 키웠다. 94번 환자(71)는 지난달 15일 폐렴으로 이 병원에 입원, 27~28일 15번 환자(35)와 접촉해 감염됐다가 28일 퇴원해 노인요양병원으로 갔다. 15번 환자는 지난달 15~21일까지 평택성모병원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다 감염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입원했다가 30일 확진을 받고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질병관리본부는 94번 환자가 증상이 발현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요양병원 1인실에서 지내도록 했다. ‘첫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임에도 확산자가 속출해 사태를 키운 보건당국이 안이한 대처를 거듭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령에다 지병도 있는 메르스 고위험군과 같은 건물에 있게 한데다 요양병원은 더 열악해 확산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에 머문 사실을 숨겼다가 건국대병원에서 지난 6일 양성 판정을 받은 76번 환자(75)도 1~5일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했었다.
삼성병원 아닌 ‘빅5’도 속속
‘빅 5’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보안요원인 천모(27ㆍ92번 환자)씨는 지난달 26일 6번 환자(71ㆍ사망)와 10여분 정도만 접촉했다가 감염됐다. 천씨는 다음날은 비번이라 출근하지 않았으며, 28일부터 자가 격리조치를 받고 고향인 충남 공주에 내려가 있었다.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반은 의사 2명, 간호사 5명, 보안원 1명만 격리하면 된다고 결정했으나 6번 환자 주변에 있던 환자 등 53명 전원을 격리조치했다”며 “원내 추가 감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분 접촉으로 감염된 것은 기존의 메르스 감염 형태와 다르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88번 환자(47ㆍ남)가 나온 것으로 지목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정부 발표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6번 환자의 사위인 88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을 거쳐 28일 장인과 함께 여의도성모병원으로 가 같은 병실에 있다가 옮았다. 6번 환자는 국내 첫 환자(68)가 있던 평택성모병원 같은 병동에 지난달 15일부터 입원했다가 28일 확진을 받았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보건당국의 잘못된 정보로 병원이 마치 감염의 온상이 된 것처럼 비춰져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6번 환자와 같은 응급실과 내과중환자실에 있어 노출자로 분류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증상이 없으며, 검사 받은 노출자들도 모두 2차까지 음성이 나온 만큼 여의도성모병원에서의 감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병원 체류 시간으로 판단했기에 88번 환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부 공식집계에 빠졌으나 서울성모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서도 환자가 잇따랐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달 27~30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부인(65)을 간병한 뒤 열이 나 8일부터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했던 남성(64)이 병원 자체 두 차례 검사와 방역당국 검사에서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병원은 “환자가 첫 내원 때부터 마스크를 썼고, 메르스 임시진료소와 음압격리병실에 있어 추가 접촉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도 양천구 신월1동에 사는 59세 남성이 확진을 받았다. 서울 양천구는 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1ㆍ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이 남성도 지난달 27일 지인 병문안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지난 2, 3일에는 서울의 다른 의료기관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일 메스꺼움 등으로 메디힐병원에 입원했다가 6일 퇴원했다. 그러나 7일 증상이 악화해 메디힐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1인실로 옮겼다가 8일 이대목동병원으로 갔다. 구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과 메디힐병원에 방역작업을 했으며 가족 등 인적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 의심자가 알아서 신고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보건당국 예상과 달리 이 같은 흐름의 감염이 이어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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