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허경민(26·두산)의 오른 손목은 여전히 약간의 붓기가 남아있었다. 지난 경기에서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일 목동 넥센전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팀이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2루에서 김민성의 빠른 타구에 오른 손목 쪽을 맞았다. 하지만 아파할 새도 없이 곧바로 떨어진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해 타자주자 김민성을 잡아냈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주저앉아 통증을 호소했다.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몸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막아냈다. 선수의 의지다"며 칭찬했고,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원래 이런 플레이를 많이 하는 선수다. 항상 봐와서 짠한 마음도 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경민은 묵묵히 팀의 내야를 지키고 있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타율 0.320으로 방망이 또한 매섭다.
허경민은 당시를 돌이켜보며 "아프긴 엄청 아팠다. 그래도 만병 통치약인 파스가 있어서 괜찮았다"며 웃음지었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플레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지만 막상 극심한 통증이 닥친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선배들이 그렇게 하시는 걸 많이 봐왔다. 아프더라도 플레이를 끝내고 나서 아파야 한다"고 듬직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후에도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허경민은 "사실 맞는 순간부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누가 아파서 교체돼 들어가면 부담되고 하더라. 아프긴 한데 못 뛸 정도가 아니라면 버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제일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기 후 허경민 역시 '그 장면'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 허경민은 "좀 많이 봤다. 한 다섯 번 정도는 본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은 뒤 "중계로 봤을 땐 공이 별로 안 빨라 보이더라. 잘 잡고 잘 던진 건 아니지만 그 순간에 잘 참고 던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