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소수자들의 최대 명절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우려 속에서 개막식을 축소 개최하며 3주간 장정에 돌입했다. 기독교ㆍ보수시민단체도 반대집회를 열고 행사를 규탄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됐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9일 서울광장에서 올해 16회를 맞는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본래 계획과 달리 성소수자들의 현장 참여 없이 온라인상에서 무대행사를 중계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참가자들의 메르스 안전 우려가 그 이유였다. 조직위는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행사 동안 확산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시와 보건당국의 지침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는 스태프 50여명만이 현장을 지키며 각종 공연과 다른 시민단체들의 지지 및 연대 인사가 포함된 행사를 진행했다.
개막식을 앞두고 반동성애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행사를 반대했다. 개신교 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청광장에서 건전하지 못한 퀴어축제 개최는 광장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메르스를 준 전시 상황으로 여기고 통제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장이 대형집회를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개막식 날에도 샬롬선교회, 전국학부모연합, 사도들의 한국교회 등 보수단체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막식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개막식 무대 설치가 지연되는 등 행사 준비가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의 축제 방해 수위가 거세지고 있지만, 중단은 결코 없다”며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3일 클럽파티와 18~21일 퀴어 영화제, 28일 퀴어퍼레이드(행진)는 계획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축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퀴어퍼레이드는 경찰로부터 집회금지 처분을 받아 강행시 충돌이 예견되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에 서울광장에서 출발, 을지로1가~청계광장 등을 경유하는 행진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다음날 “도시 주요 도로에서 대규모 행진을 할 경우 시민들과 차량 통행에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며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15년간 이어진 퍼레이드는 지금껏 불편을 주지 않았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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