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왼발의 달인' 염기훈(32·수원 삼성)이 1년 5개월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치른다. 그는 지난해 1월 멕시코와 평가전 후 다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을 치른 후 16일 태국에서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벌인다. 지난 1일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두 경기 출장선수 명단에는 염기훈이 들어 있었다.
염기훈이 대표팀에 승선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염기훈의 발탁을 놓고 고민했다. 기량만 놓고 보면 염기훈을 뽑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염기훈은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공격수다. 그는 13경기에 출전해 7골(리그 1위), 6도움(1위)을 기록하며 수원을 2위(7승3무4패, 승점 24)로 이끌고 있다.
걸림돌은 '적지 않은 나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염기훈은 만 32세이기 때문에 향후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염기훈은 지난 8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자리에서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기존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져 있는 만큼 K리그 선수들이 그 자리를 훌륭히 메울 수 있도록 형으로서 조언하겠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또한 "주전 경쟁보다 후보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드에 있는 선수들이 후보를 믿고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각오를 전했다.
염기훈은 과거 대표팀에서 박지성(34)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 박지성이 부상으로 빠진 2007년 아시안컵을 제외하고 염기훈은 그와 포지션 주전 경쟁에서 항상 밀렸다. 30대가 된 염기훈은 욕심을 버렸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굳이 주전으로 뛰겠다는 생각은 없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도 내려놨다. 염기훈의 머릿 속에는 현재 대표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UAE전에서 대표팀의 왼쪽 윙어로 염기훈이 나설지, 손흥민(22·레버쿠젠)이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정협(23·상주상무)이 원톱으로 나서고 손흥민과 이청용(26·크리스탈 팰리스)이 좌우 날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리그에서 물오른 슛 감각을 뽐내고 있는 염기훈의 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대표팀이 염기훈에게 '에이스'로서의 역할만 기대했다면 이제는 '고참'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염기훈은 27세였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아르헨티나와 경기 중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하며 원성을 샀다. 이제 그는 득점에 대한 중압감을 그때보다 덜 느끼고 있다. 대표팀에는 이정협, 손흥민, 이청용 등 공격을 책임지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염기훈이 대표팀 공격진의 고참으로서 펼쳐 보일 새로운 날갯짓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 염기훈(구단 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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