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진행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실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꼭 고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고 방어하는 부담스러운 관문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고, 잘못된 점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의원들의 의혹 추궁에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함으로서 그런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틀째 청문회의 파행원인이 된 대형 법률회사 변호사 재직시의 수임사건 공개문제만 해도 그렇다. 황 후보자는 119건 수임사건 중 ‘자문 사건’19건의 내역을 ‘황교안법’이라고 불리는 변호사법 규정을 들어 제출하지 않았다. 급기야 여야 위원들이 비공개 열람을 의결했는데도 법조윤리협의회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 9명 중 5명이 황 후보자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다고 한다. 자료제출 거부 결정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황 후보자가 떳떳하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른바 ‘19금(禁)’수임 내역 공개에 협조했어야 했다. 관련 변호사법 규정 부칙에는 ‘본인이 동의하거나 공익 목적을 위해 필요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도 하다. 황 후보자가 관련 규정을 핑계로 공개를 미적거릴수록 뭐가 걸려서 그러나 하는 의혹을 키울 뿐이다. 수임한 사건 가운데는 대법원의 주심 대법관이 고교 동기 절친인 경우도 있어 전관예우나 특수관계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 일으킨다.
황 후보자는 본인과 장남의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본인의 병역면제 사유인 담마진(두드러기)은 매우 드문 케이스인 데다, 병역면제 판정이 병 진단에 앞선 것이 의혹인데도 병무행정처리 미숙 탓으로 돌릴 뿐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장남의 군복무 생활과 관련한 자료, 아들과 딸에 대한 증여와 관련된 금융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그 동안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해왔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 석상에서도 명쾌한 해명은 없었다. 역대 가장 부실 청문회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청문회 관문을 통과한 총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한 야당 의원 지적대로 국민들은 “침묵과 자료제출 거부로 지연작전을 쓰는 노련한 검사”를 총리감으로 생각할 리 없다. 황 후보자는 오늘 청문회를 마치기에 앞서 과연 자신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총리직을 수행할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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