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후속 관리도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여론의 질타에 부랴부랴 만든 메르스 대책기구가 벌써 5개다. 지난 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확인된 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먼저 설치됐고, 이달 3일에는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가 출범했다. 중앙본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범정부본부는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이 본부장을 맡았다. 이름도 유사하지만 기능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직원들조차 제대로 모른다. 청와대 내에도 정책조정수석이 주재하는 긴급대책반이 설치됐다. 여기에. 민관합동종합대응 TF와 즉각대응팀 TF 등 태스크포스 두 개가 꾸려졌다.
기구가 많다 보니 기능과 역할, 권한이 중복되어 오히려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컨트롤타워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분야별로 본부가 구성되어있고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최경환 총리 대행이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하던 2~6일 사이 해외출장을 간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직제상으로는 청와대 긴급대책반이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서는 상황파악이 고작이다. 박 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만든 즉각대응팀에 병원폐쇄명령권을 포함한 전권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과연 민간인 중심의 TF가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나 총리실이 공식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 같은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당연히 정부부처간 손발이 맞을 리 없는데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교육부가 학교 휴교령을 검토하자 보건복지부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능력을 믿지 못하는 일부 지자체는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환자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도 우왕좌왕이다. 메르스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면 “보건소에 신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지자체 콜센터에서도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으로 연락해 상담을 받으라”고 한다. 보건소조차도 지침을 받아야 할 질병관리본부와 연락이 수월하지 않다고 불만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성하려면 하부 조직의 구조와 기능이 명확해야 일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다. 여기에 리더십을 발휘할 유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하부 조직만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놓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끌 사령탑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청와대든 총리실이든 복지부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고 종합 지휘를 해야 한다. 이러니 정부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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