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함께 동거한 여성에게 성매매를 시킨 것도 모자라 이 여성이 모은 돈을 들고 달아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절도 및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신모(54)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2004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A(49ㆍ여)씨에게 “미국 시민권자인데, 유명 컴퓨터 회사의 한국지사로 파견됐다”고 속여 접근했다. 그는 “아버지는 미국에 살고 있고, 어머니는 사망했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오갈 곳이 없다” 등 동정심을 유발해 송파구 잠실동 A씨 거주지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신씨는 A씨가 이혼 후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던 점을 노려 “성매매로 돈을 벌어서 노년을 대비하자”고 설득해 2006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성매매를 시킨 뒤 돈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한 신씨는 A씨가 모아둔 돈에 눈독을 들였다. 결국 그는 지난해 2월 A씨가 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사이 “미국에 계시는 아버지가 암에 걸려 위독하다. 내가 이 돈으로 치료시켜 효도하고 싶다. 다녀와서 꼭 돈을 갚겠다”는 쪽지를 남긴 채 A씨가 모아둔 1억2,200만원을 들고 도망쳤다.
조사결과 신씨는 이 돈으로 송파구 마천동에 8,000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어 B(49ㆍ여)씨와 살림을 차렸고, 이 여성에게도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성매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20여년 전 뺑소니 사고로 운전면허가 취소됐지만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신분을 속인 채 피해여성들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넘게 함께 생활한 피해여성도 신씨의 본명 등 인적 사항을 전혀 몰라 신고를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B씨도 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과 성매매를 한 남성들을 추적 중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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