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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A clear conscience of a bad memory (기억나지 않는다는 뻔뻔함)

입력
2015.06.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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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Popular Phrases

‘Public Hearing’은 글자 그대로 청문회다. 고위직 임명을 놓고 공개적으로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공개 변명의 자리가 되고 있다. 청문회가 한국에서 개인 신상 털기처럼 보이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는 결격 사유로 후보에도 오를 수 없는 사람을 여론과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임명권자의 고집 때문이다.

한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한 것도 고위직 후보자들의 공개 변명의 표현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스티븐 라이트와 촌철살인의 작가 마크 트웨인도 이런 현상을 꼬집으며 ‘A clear conscience is usually the sign of a bad memory’라고 말했는데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해석이 필요하다. 양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떳떳한 사람의 거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심리학자들은 ‘떳떳한 양심’을 역설적으로 죄에 무뎌진 것으로 본다. 나쁜 기억의 징조란 즉, 떳떳한 양심이라고 생각하는 망각을 꼬집는 말이다. 여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면 제대로 판단조차 내릴 수 없는 양심 불량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언론인 더그 라슨은 ‘A lot of people mistake a short memory for a clear conscience’(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양심불량으로 본다)고 표현했다. 영국 속담 ‘A guilty conscience needs no accuser’(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비난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셰익스피어도 ‘Conscience does make cowards of us all’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양심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게 인간’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Conscience is God present in man’(양심은 인간 속에 신이 들어 온 것)이라고,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Conscience is a man’s compass’(양심은 사람의 나침반)이라며 양심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의 청문회를 지켜보면 고위공직자 후보자들 가운데 군 면제자가 수두룩하고 밀린 세금을 직전에 납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폴란드 격언 ‘Conscience is the voice of the soul’(양심은 영혼의 음성)이라는 말을 참고한다면 한국인은 영혼 없는 고위직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는 꼴이 된다. 독일 속담 ‘A good conscience is a soft pillow’(양심은 부드러운 베개같다)를 한국에 대입하면 한국인들은 불량 베개를 베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아인슈타인이 ‘Never do anything against conscience, even if the state demands it’(양심에 걸리는 일은 국가가 요청해도 해서는 안 된다)이라고 했는데, 왜 문제 있는 후보자들만 골라 고집스럽게 임명하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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