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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편 모여라, 법으로 간다"

입력
2015.06.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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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삼성물산 외국인 지분은 33.7%

지분 9.98%인 연기금 등은 삼성편

"엘리엇 측에 주권 위임하자"

소액주주 연대 움직임도 큰 변수

일각선 "엘리엇 진짜 타깃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3대 주주(지분율 7.12%)로 등극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해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9일 삼성물산 주주총회(17일)에 대해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식 대량 매집, 현물배당 요구에 이어 결국 싸움을 법정으로까지 몰고 가는 파상공세다. 주주명부 폐쇄(11일) 전 의결권 행사 주식 매매가 가능한 마지막날이었던 이날 일부 소액주주들이 합병 반대 진영에 가담하는 등 양사 합병 전선은 안갯속에 갇힌 형국이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및 이사진을 상대로 한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엘리엇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병안은 명백히 불공정하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불법적 조치”라며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번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삼성물산 주총에서 결의된 사항은 본안소송 판결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엘리엇이 주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주총개최금지 가처분신청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엘리엇이 일단 합병 반대 진영을 결집해 표 대결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총에서 합병 안건이 승인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엘리엇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되는 삼성물산 외국인 지분은 33.70%(엘리엇 포함ㆍ8일 현재)에 달한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 이해가 제각각이고, 삼성그룹 측(합계 13.99%)이 1대 주주인 국민연금(9.98%) 등을 우군으로 결집한다면 합병 승인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금융권에선 엘리엇이 이번 가처분신청으로 표 대결 패배에 대비하는 한편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재조정 신청,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등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일부 주주가 동의하는 상황”이라며 “엘리엇이 상황별로 여러 옵션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엘리엇의 진짜 타깃은 삼성전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4.1%)을 매개로 공격의 대상을 삼성전자로까지 넓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내부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원을 동원해 아르헨티나 국채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엘리엇이 투자차익을 거두는 패턴으로 볼 때 이번 소송전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라는 것이 삼성그룹의 판단이다. 엘리엇은 현재 일본, 홍콩 등에서도 기업합병(M&A) 과정에 개입해 송사를 진행 중이다. 엘리엇의 최고경영자(CEO) 폴 싱어는 하버드 법대 출신의 법률ㆍ소송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편 800명가량의 회원을 둔 인터넷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는 엘리엇 측에 소액주주 주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페 매니저는 5일 공지를 통해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합병 반대 의지를 밝혔다.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삼성물산 지분 구조로 비춰볼 때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한 소액주주 입장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8만여명이고 이들의 지분율은 40%가량으로 추정된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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