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아베 담화’에 대항하는 민중담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비참한 살육에 이른 일본의 침략, 식민지 지배라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역사적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사죄를 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으로는 8월15일 발표될 아베 담화에서 올바른 역사관이 담기기 힘들다고 판단, 양심적 시민들의 역사인식을 담겠다는 것이다. 민중담화는 중일전쟁의 발단인 1937년 노구교(盧溝橋)사건 발생일인 7월7일 국내외에 발표될 예정이다. 같은 날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280여명이 “위안소의 설치, 운영은 일본군이 주체가 돼 이뤄졌다는 것이 명확하다”며 정부의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집단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왜곡 폭주를 보다 못한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맹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것은 이제 새롭지 않을 정도로 시민사회의 양심적 목소리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4개 역사학회를 포함한 16개 단체 회원 6,900여명이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이 확인됐다는 성명을 냈고, 그보다 3주 전에는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등 세계적 역사학자 187명이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붙잡혀 끔찍한 야만행위의 제물이 됐다는 증거는 분명하다”는 공개서한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2월 초에는 미국 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이 미국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규탄했다.
역사와 진실을 지키려는 이러한 도도한 물결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여전히 ‘인신매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일본군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그대로 담화에 담을 기세다. 집권 자민당이 추진하는 안보법제가 위헌이라는 최근 여야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에 대해서도 “헌법 해석의 논리를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할 만큼 모험적 극우적 시각을 고집하고 있다.
22일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고, 두 달여 후면 종전 70주년이다. 아베 총리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그것이 대다수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가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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