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24일로 개봉 미뤄
'소수의견' '나의 절친한 악당'과 한국영화 세편 동시 스타트
'뷰티 인사이드'는 8월로 변경
메르스 감염 사태가 충무로를 덮치고 있다. 관객이 크게 줄어든데다 영화 개봉을 미루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각지 않게 한국영화 세 편이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도 메르스의 여파다. 유탄을 맞아 개봉 날짜를 기약할 수 없게 된 영화도 있다. 한국영화의 흥행 대진표가 꼬일 대로 꼬이고 있는 셈이다.
10일 개봉하려던 ‘연평해전’은 메르스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로 24일로 개봉일을 연기했다. 24일은 한국영화 ‘소수의견’과 ‘나의 절친 악당들’이 개봉예정일로 잡은 25일의 하루 전날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내달 2일 개봉)가 뒤에 버티고 있어 세 영화의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여름 성수기나 명절 대목이 아닌 시기에 한국영화 세 편이 맞붙기는 근래 보기 드문 모습이다.
2002년 발생한 제2차 연평해전을 다룬 ‘연평해전’은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하는 블록버스터다. 수억원이 든 돈가방을 두고 다투는 인물 군상을 통해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나의 절친한 악당’의 진용도 만만치 않다. ‘하녀’와 ‘돈의 맛’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임상수 감독의 신작으로 류승범 고준희 등이 출연한다. ‘소수의견’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한 사내를 변론하는 풋내기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다. 사회성 짙은 소재이면서도 윤계상과 김옥빈 유해진 등 출연진의 면모가 어느 상업영화 못지 않다. 세 영화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의견’과 ‘연평해전’이 맞대결을 펼치는 모양새도 얄궂다. ‘연평해전’은 보수적 성향 관객들의 지지를 더 받을 영화다. ‘소수의견’은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를 연상시켜 진보적 성향의 관객들이 개봉을 환대하는 분위기다. 메르스 사태로 ‘연평해전’의 개봉일이 바뀌면서 의도치 않게 극장가에서 보수-진보 세력의 흥행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소수의견’은 당초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려 했으나 시네마서비스로 최근 배급사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햇빛을 보게 됐다. 어렵게 개봉일을 확정했으나 공교롭게도 덩치 큰 한국영화 두 편과 맞붙게 됐다. 권병균 시네마서비스 대표는 “한국영화가 세 편이나 개봉하는 바람에 배급이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내달 2일 개봉하려 했던 ‘뷰티 인사이드’도 메르스 피해자다. 한효주 김대명 박신혜 이범수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뷰티 인사이드’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의 흥행 대결을 자처할 정도로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완성도를 자신했던 영화다. 영화 홍보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시기에 메르스 사태를 맞았고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지 않은 채 8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뷰티 인사이드’의 투자배급사(뉴)가 ‘연평해전’과 같은 점도 개봉 연기에 영향을 줬다. 박준경 뉴 마케팅본부장은 “예매 관객들 조정 등 여러 변수를 생각하면 개봉일 연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연평해전’은 소액투자자까지 포함하면 7,000명 가량이 관여된 영화라 메르스를 피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영화 ‘마돈나’는 ‘뷰티 인사이드’가 개봉을 연기하며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피하게 됐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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