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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선] 좋은 변호사 고르는 세가지 요령

입력
2015.06.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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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스(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전쟁과 파멸의 신)도 연상되고, “고마워”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메르시”도 연상되어 사뭇 친숙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 소리가 들려야 할 곳에 마스크 쓴 어른들만 보이고, 화창한 주말이어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메르스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걱정들 마시라. 나까지 메르스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현행 감염법의 빈 틈을 지적할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예컨대, 현행 감염법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치료나 격리를 거부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나까지 메르스 걱정으로 독자들을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상큼하게 순수하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바로 좋은 변호사 고르기 요령에 대해 말이다.

MBC에서 방영했던 변호사 드라마 '개과천선'.
MBC에서 방영했던 변호사 드라마 '개과천선'.

입소문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그 중에서도 성형외과 의사), 변호사가 특히 그러하다. 펀드처럼 수익률이 숫자로 나오는 것도 아니니, 직접 같이 해보기까지는 실력을 확인할 길이 묘연하다. 대충 나와 합이 잘 맞는 것 같으면 “똑똑한 사람들이라니까…”라는 맘으로 믿고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정말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경험에 따라, 성실도에 따라 낼 수 있는 결과가 사뭇 다른 것이다. 따라서 그저 다들 똑똑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아무 사람이나 찾아간다면 이런 낭패가 따로 없다. 한 두푼 들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보는 한정되고, 나가는 돈은 많고, 감수해야 할 위험은 크다. 여러모로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첫째, 말 잘하는 변호사를 피하라.

정확하게는 말”만” 잘하는 변호사를 피하라. 흔히들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변호사들은 모두들 당연히 말 잘한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다지 맞지 않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이 조금 더 익숙한 사람들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능력이 곧 언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분위기도 잘 마쳐주고, 추임새도 잘 넣고, 하는 말마다 동감을 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술도 화통하게 잘 사준다. 이 사람과는 말이 잘 통할 것 같고, 말을 잘 하니 내 편이 되어 상대방 변호사도 한 방 크게 먹여줄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화통한 성격이 변호사로서의 실무능력과 그닥 비례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를 이기는 직업이 아니고, 판사를 설득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그 판사를 설득하는 일은 화려한 언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재판기일 최소 1주일 전에 미리 제출한 법률서면을 통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법률서면에 담겨 있어야 할 것은 훌륭한 쇼맨십이 아니라, 각종 사실관계 및 증거에 대한 꼼꼼하고도 정확한 파악 그리고 법적 논리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내성적으로 좀 수줍어하는 기색이 있더라도 꼼꼼하고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소송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여주곤 한다.

둘째, 자꾸 사무장과 회의하라는 변호사를 피하라.

왜 피할까. 사건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그 사건은 누가 알까. 사무장이 안다. 사무장이 사건 수임하고, 사무장이 서면 작성한다. 그럼 변호사는? 기일에 법원에 출석해서, 버벅버벅 답변하다가 판사님이 질문하면 “다음 기일까지 서면으로 답변하겠습니다.”라며 순간을 모면하기 일쑤이다. 기껏 거금주고 변호사를 고용했건만(게다가 사무장 월급을 줘야하기 때문에, 대체로 비용도 더 비싸다), 정작 변호사는 사건 내용도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따라서 정식으로 변호사를 수임하기 전에, 여러 번의 회의를 가져보면서 과연 변호사가 이 사건을 직접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SBS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의 한 장면.

셋째 무작정 내 편인 변호사를 피하라.

이렇게 든든할 데가. 내 가족마저도 날 사고쳤다 비난하는데, 내 변호사만은 하는 말마다 “암요, 암요”하면서 내 말을 100% 믿어준다. 좋은 변호사일까? 게으른 변호사다. 소송까지 올 때에는 상대방의 잘못만 100%인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의뢰인들은 변호사들에게조차 대부분 자기 잘못을 숨기거나 축소해서 말한다. 진실을 말한다 의도해도,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

그런데 변호사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하지도 않고, 만연히 의뢰인의 말만 믿은 채 소송에서 주장했다가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대방에 의해 내 의뢰인의 거짓말을 확인하게 된 순간, 이미 재판부는 더 이상 우리의 진실된 주장마저 신뢰하지 않게 된다. 불의의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꾸만 따져묻는 변호사가 피곤은 해도 훨씬 훌륭하다. 왜 말씀과 증거가 다르냐고, 아까 말씀하신 거랑 왜 얘기가 다르냐고, 지금 말씀하신 용어가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변호사가 따져 묻는다면, 짜증내시지 말고 기뻐하셔라. 일 제대로 하는구나 말이다. 그런 변호사가 정작 소송이 진행될 때에는 가장 든든한 내 아군이 될 것이다.

맘 같아서는 더 많은 요령을 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 기회가 된다면 2탄을 준비할까 한다. 요령을 알려드렸으니 부탁도 하나 드린다. 소송이 의뢰인들께 큰 스트레스인 것은 알지만, 늦은 밤이고 새벽이고 휴일이고 가리지 않고, 마음이 괴로우실 때마다 변호사들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시는 것만은 삼가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변호사들도 괴롭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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