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요구' → '요청' 중재안
與 최고위원들 모여 심사숙고
정의장, 새정치 중진의원들 설득
법안 정부 이송 11일 이후로 늦출 수도
개정 국회법 논란이 ‘요구’와 ‘요청’이라는 한 글자만 다른 단어로 기로에 섰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정 국회법 논란의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개정 법률에서 한 글자만 고친 뒤 정부에 송부하는 중재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최고위원들은 8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최근 제안한 개정 국회법의 ‘문구 수정 및 번안 의결’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의장은 5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논란이 된 개정 국회법 조항(98조2의 3항,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는 중앙행정기관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한 글자만 바꾸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에서 한 글자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의장실 관계자는 “법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요구’보다 ‘요청’이 강제성이 덜하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 전 통상적으로 거치는 의안정리 과정에서 자구를 수정해 해법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존의 ‘요구’라는 표현을 존치해도 위헌이 아니라고 보지만, 만약 ‘요구’를 ‘요청’이라고 바꾼다면 행정부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성의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구수정의 범위를 넘은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구’나 ‘요청’ 모두 강제력은 없지만 전자는 의무 부과의 의미가, 후자는 일종의 건의라는 뜻이 있다”며 “법률적 의미가 달라 자구수정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다만 정 의장의 중재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용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 의장의 중재안을 새정치연합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점도 난관이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협의하고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원스러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다각도로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과가 주목된다.
또 의장실은 여야 간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을 경우, 개정 국회법의 정부 이송을 11일에서 더 늦추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가 메르스 추이의 고비인데다 방미(14일)를 앞둔 박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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