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탓에 국내 자생환자 20여명
작년 매개체 흰줄숲모기 제주서 발견
웨스트나일 뇌염 전파 가능성도 거론
메르스 다음은 무엇일까.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뎅기열’을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는 다음 주자로 손꼽는다. 뎅기열은 열대ㆍ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뎅기 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자주 발생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감염되지 않고 치사율도 낮지만 1주일가량 고열이 지속돼 노약자에겐 위험하다.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치사율이 20%에 달하는 ‘뎅기 출혈열’로 발전할 수 있다. 뎅기열도 메르스처럼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다.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는 밤보다 낮에 활동력이 강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전문가들이 뎅기열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온이 매년 0.6도씩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나라에 뎅기열 자생환자가 20~3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에서 뎅기열이 유행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69년 만에 뎅기열이 발생한 일본에서는 첫 번째 환자 발생 후 보름 만에 감염자가 100명에 이르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알렉산더 대왕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웨스트나일 뇌염’의 전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갑 교수는 “유럽 남부지역과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웨스트나일 뇌염도 메르스처럼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에서 웨스트나일 뇌염이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 일본뇌염이 발생한 지역이고, 일본뇌염 바이러스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교차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가까운 관계의 바이러스라 국내에 웨스트나일 뇌염이 발생해도 일본뇌염에 내성이 있어 피해는 미비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뎅기열을 옮기는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제주도에서 발견되는 등 우리나라가 더 이상 열대성 전염병 안전지대라 할 수 없어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국민들이 많이 찾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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