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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대구ㆍ경북 현장

입력
2015.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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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상카메라 설치 철통 감시

지역경제 직격탄… 매출감소 심화

격리병원은 환자 급감 초토화

경주 숙박예약 70% 취소… 허탈

대구시 방역담당 직원들이 8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열화상감지카메라로 메르스 의심환자가 오가는지 감시하고 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대구시 방역담당 직원들이 8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열화상감지카메라로 메르스 의심환자가 오가는지 감시하고 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평소 주말엔 쇼핑객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던 대구 수성구 한 대형할인점이 지난 7일 오후에는 텅 비어 있다. 배유미기자
평소 주말엔 쇼핑객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던 대구 수성구 한 대형할인점이 지난 7일 오후에는 텅 비어 있다. 배유미기자

8일 오전 9시 대구국제공항. 마스크를 착용한 공항 직원들과 출국장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등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막상 마스크를 끼고 온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임산부와 어린이 등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다. 대구공항 보안팀 관계자는 “아직 승객 수가 특별히 줄었는지 못 느끼는데, 장기화하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오늘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상하이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국유학생을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대구가톨릭대에서 석 달 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15명의 유학생들은 “우리는 전혀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본국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귀국 후 당분간 등교하지 말라고 하는데, 졸업반이라서 출석일수를 채우고 취업면접 보는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최대 관문인 동대구역. 대구시는 출입구에 2대의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의심환자가 드나드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종종 보였지만, 공포에 질린 수도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화면상 체온이 37도 이상으로 나오면 안내요원이 체온계로 정밀 측정을 하게 된다. 2차 측정에서도 열이 높으면 메르스 환자 발생ㆍ경유지와 연관성 등을 확인한 뒤 문제가 있어 보이면 보건소를 거쳐 대구의료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수성구 보건소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은 스스로 체온을 재어보고 싶다며 찾아 온다”며 “메르스의 정체와 예방법 등을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계와 의료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매출이 반토막 났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아 일부 병의원은 부도위기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동대구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근무 중인 이귀화(60ㆍ여)씨는 “평일은 출장손님 등으로 덜한데 나들이 객이 많은 주말은 전 주 보다 매출이 반토막”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주말 동성로 등 대구시내는 평일 낮보다 차량이 적었다. 평소 주말이면 쇼핑객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했던 수성구 지역 한 대형마트에는 손으로 꼽을 정도의 차량만 보였다. 온라인쇼핑몰은 외출을 자제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얼마나 갈지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환자, 종전 30% 불과

병의원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대구시 메르스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은 메르스사태 이후 외래진료객이 30% 이하로 주는 등 초토화 상태다. 다른 지역에서 이송해 온 메르스의심환자만 격리했는데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소문 때문이다. 1주일 중 가장 많은 환자가 찾는 월요일(8일) 오전이지만 대기 중인 환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창규 대구의료원장은 “환자의 약70%가 줄었다고 본다”며 “메르스 환자가 오면 입원시킬 격리병실은 내부공기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음압실로, 병실 안 공기는 특수정화장치를 거친 뒤 별도의 배기구를 통해 나가게 되므로 안심해도 좋다”고 피력했다. 이어 “경영측면에서는 어려움이 많지만 다른 병원에 피해를 주지 않고 확산을 막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병원 "사태 종식 후에도 걱정"

경북지역 격리병상을 보유한 동국대경주병원은 거의 패닉상태다. 외래 및 입원환자가 평소 절반 이하로 줄었다. 8일 오전, 평소 20~30대의 택시가 줄지어 기다리던 현관 앞에는 3, 4대만이 혹시나 하고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병원 부설 장례식장도 29일 이후 8개의 영안실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이날은 다른 장례식장이 포화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바람에 1개의 빈소가 찼을 뿐이다. 한 택시 운전사는 “환자나 문병객도 줄었지만, 택시운전사들도 동국대병원으로 가자고 하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메르스 환자가 옮겨온 이후 하루 평균 2억원 이상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존 환자들도 속속 퇴원하고, 메르스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상당기간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5개 음압병실 등 38개의 격리병상을 보유한 이 병원으로 메르스 환자 2명이 이송돼 오면서부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아과환자를 시작으로 입원환자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외래환자도 60~70% 준 것으로 전해진다. SNS에는 병원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 병원 주변에는 가지도 마라”, “다른 지역에서 사안이 심각해 환자를 받지 않아 경주로 왔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등의 괴담이 퍼졌다.

메르스와 전혀 무관한 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8일 오전 업무시작과 함께 울려대는 전화의 대부분이 검진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북대병원은 11일 열기로 한 정신건강캠페인을 취소하는 등 각종 행사와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경주, 세월호 이어 메르스… '재기불능' 우려

지난 한 해 동안 세월호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관광업계는 메르스사태로 재기불능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간 안압지 입장객은 6,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000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보문단지 내 콘도미니엄과 특급호텔도 예약률도 평년 5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불국사 숙박단지는 어렵게 유치한 60개교 5,000여 명의 수학여행단 대부분이 메르스 사태 이후 취소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불국사 숙박업소 한 관계자는“세월호사고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불국사 숙박단지가 어렵게 재기에 나섰는데 메르스 여파로 허탈해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길 기대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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