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병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대학병원이 있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인하대병원 김영모 의료원장은 최근 ‘교직원께 드리는 당부의 글’을 통해 “우리는 국가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피하지 않을 것이며 지역사회 봉사와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중략) 감염 예방 절차를 더욱 강화해주시고 환자와 내원객들에게 인천을 대표하는 대학병원의 위상에 걸 맞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현재 인하대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해 인천시의 권역 집중치료기관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시의료원도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두 병원 외에 메르스 환자 수용이 가능한 음압병상(기압차로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을 갖춘 병원이 3곳 더 있지만 이곳들은 모두 메르스 임시 진료소와 상담소만 운영 중이다.
인하대병원의 행보에 대해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8일 인천시 관계자는 “병원들이 메르스 환자들을 수용하거나 메르스 권역 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하대병원 측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줘 권역 병원을 지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까지 인천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나 양성 반응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1일 경기 평택시에서 인천으로 이송된 확진 판정을 받았던 A(59·여)씨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의 1·2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는 등 호전된 상태며 2차 감염도 없었다.
이에 대해 인하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 안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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