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지분 7.12% 확보" 공시 후 주가 올려 단기차익 노리는 형태와
합병 부결 시도 행보 오락가락… 내달 주총까지 지분 추가확보 역부족
국민연금도 합병 반대 가능성 낮아, 합병 무산 시도는 현실성 없어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매입해 이 회사 3대 주주로 떠오른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그 노림수가 무엇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애초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주가를 띄운 뒤 지분을 팔고 단기간에 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더 긴 전략을 가지고 삼성물산에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며 깜짝 공시를 낸 이후, 날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행보를 계속했다. 공시 당일 별도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에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법인의 조직ㆍ활동을 규정한 근본규칙)을 고쳐달라”는 주주제안을 했고, 이어 7일엔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대주주에게 ‘합병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먹잇감을 좇는 ‘악랄한’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회사 그 자체보다는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건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관심은 단기전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것인지다. 첫 관건이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지만, 현실적으로 합병을 부결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주명부 폐쇄(11일) 이틀 전인 9일까지 우호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긴 하겠지만, 합병을 부결시키기 위한 지분(33.3%)을 확보하기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자본시장법상 엘리엇 스스로는 공시일로부터 5영업일이 되는 11일까지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없도록 방어벽이 쳐져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주요 외국인 주주들은 주로 장기투자자들이라서 엘리엇이 다른 외국인 주주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혹시 다른 펀드를 통한 우회 지분 확보에 나설 수도 있지만 엘리엇의 지분 확보 공시 이후 외국인 순매수 비중은 이날까지 1.64%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열어 합병 찬반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까지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엘리엇이 7%가 넘는 지분을 단기간에 시장에 내다 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엘리엇이 당분간 삼성물산 합병법인 주주로 눌러 앉아 장기적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감사나 이사 선임을 요구하거나 장부를 열람해 달라는 등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권 분쟁 쪽에 밝은 한 변호사는 “감사 선임에 대해서는 최대주주가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어 소액주주가 해 볼만 하다”며 “헤지펀드가 우호 주주를 끌어들여 감사를 선임해 회사를 압박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계 펀드 SC펀더멘털이 KT 계열사 KTcs에 이처럼 감사 선임 요구를 한 예가 대표적이다.
한편 이날 삼성물산의 주가는 연일 급등을 거듭한 데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전 거래일보다 5,600원(7.36%) 하락한 7만 500원을 기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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