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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000여명 북적이던 병원 썰렁… 도서관보다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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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000여명 북적이던 병원 썰렁… 도서관보다 적막

입력
2015.06.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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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로비 2~3명 환자들만 지켜

하루 예약 외래환자 300명 안 넘어

사망환자 경유했던 중환자실은

함께 격리된 의사ㆍ간호사 치료받아

전국 29개 메르스 감염자 경유 병원 중 한 곳인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외래진료 창구가 8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일에는 환자 2,000여명이 찾지만 이날은 300명을 넘지 못했다. 화성=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전국 29개 메르스 감염자 경유 병원 중 한 곳인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외래진료 창구가 8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일에는 환자 2,000여명이 찾지만 이날은 300명을 넘지 못했다. 화성=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메르스 2차 감염 환자 15·25번 환자가 경유한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8일 찾았다. 정부가 7일 발표한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 중 한 곳인 이 병원에서는 지난 1일 첫 번째 메르스 사망자인 57세 여성(2차 감염환자 25번)이 사망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평택 굿모닝병원을 거쳐 병원 응급실을 통해 일반병실에서 치료받던 15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동탄에서는 유일하게 메르스 유탄을 피하지 못한 탓에 그 동안 각종 괴담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찾은 병원은 예상대로 썰렁 그 자체였다. 대학병원의 외래진료 창구는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가장 많은 환자로 북적 인다. 동탄성심병원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주 월요일만 되면 1,800~2,000명의 환자로 넘쳐났다. 하지만 이날 병원에 예약된 외래환자는 300명을 넘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1층 로비는 물론이고 외래진료 창구에는 2,3명의 환자만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었다. 도서관보다 조용한 병원이 된 모습이었다. 입원실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메르스 사태 전 500명이 입원했지만 현재 병원에 남아 있는 입원자는 199명에 불과하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매일 250명 수준을 유지했던 응급실 역시 지금은 30~40명에 그치고 있다”며 “지난주 대비 진료수익이 75% 감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이 병원을 경유한 후 환자 162명, 의사ㆍ간호사ㆍ직원 등 118명이 격리상태에 있다. 이들 중 병원에서 사망한 25번 환자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13명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호트 격리’돼 있다.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와 간병인 모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병원 안에서 격리된 것이다. 코호트 격리된 환자들은 49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맡아 전담 치료를 하고 있다. 이들 의료진은 중환자실 근무를 마치면 모두 자택격리 되고 있어 매일 ‘격리’와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박일석 진료부원장은 “아직 나이가 어린 간호사들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 “중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자택격리를 선택한 동료 의사들의 헌신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은 9일부터 자택 격리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복귀하는 것이다. 박 진료부원장은 “14일까지 격리된 환자와 교직원들이 양성 확진 판정을 받지 않으면 일상으로 복귀 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이 병원에서는 향후 1주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의료진이 모두 자택격리 돼 있어 메르스는 물론이고 급성폐렴 등 응급환자들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진료부원장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를 돌려보낼 수도 없고, 지역에 있는 타 대학 병원에 이송하려 해도 동탄에서 왔다고 하면 받아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병원 관계자들이 메르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병원 외래와 입원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이날 외래진료 창구에서 만난 권회식(66)씨는 “치사율이 높지 않은데 언론에서 24시간 떠들어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개인위생만 잘 지키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척추염 질환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김영만(44)씨는 “하필 내가 입원한 날, 메르스에 감염된 여성이 이 병원에서 사망했다”면서 “병원에서 완벽하게 감염조치를 했다는 말을 믿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4인실에 있는데 다른 입원환자가 없어 오히려 메르스 덕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규형 동탄성심병원 병원장은 “환자를 직접 접촉한 의료진과 밀착 간호한 100여명의 의료진 전원이 음성판정을 받아 현재 병원에는 확진 환자는 물론 의심환자로 분류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지역주민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화성=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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