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픔을 치유해 주는 따듯한 언론이 보고 싶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픔을 치유해 주는 따듯한 언론이 보고 싶다

입력
2015.06.08 15:27
0 0

이념과 가치관의 다름을 넘어

신뢰하고 존경할만한 인물들이 한국 사회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일보가 춘추직필 거듭나겠다니 반가워

장하성 고려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한국 사회에 독립적이고 신뢰받는 사회적 기구와 인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권력과 기득권을 견제하고, 약자를 대변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종교계, 법조계, 학계 그리고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념과 가치관의 다름을 넘어 신뢰하고 존경할만한 인물들이 한국 사회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총리 한 명 찾지 못할 정도로 한심한 지경이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스님이 떠나신 이후에 종교계가 그렇다. 사랑과 연민보다는 증오와 대립을 부추기는 설교가 난무하니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 국민들이 한마디 말씀에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성직자를 찾기 힘들다. 세상 옳고 그름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법조계에도 심지 곧은 어른이 없다. 검사들은 정의의 사도는커녕 권력의 시녀 노릇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사회적 편견을 넘는 판결로 존경받으며, 전관예우식 취업을 거부하는 판사도 찾기 어렵다. 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총장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학내 정치꾼이나 재단의 하수인이 총장자리를 차지한다. 교수들은 세상일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하고, 지식전달자나 연구자에 머문다. 그러니 소위 일류대학일수록 비판적인 학자나 참된 스승을 찾기가 어렵다.

언론계는 더 심하다. 작금의 많은 언론들은 세상 모든 일을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고 편 가르기를 해서 사사건건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오죽하면 종편 방송은 ‘종일 편파적’인 방송만 해서 종편이라고 조롱받겠는가. 땡전뉴스의 오명을 썼던 공영방송의 권력영합은 여전히 땡박뉴스로 이어지고 있다. 권력과 기득권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권력과 재벌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알아서 쓰는 자기검열의 경우도 허다하다.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재벌기업에 줄 서는 언론인은 넘치지만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언론계의 논객은 드물다.

한국일보가 재창간을 선언한다. 61년 전 창간 당시에 표방했던 정정당당하고 불편부당한 자세로 오직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춘추필법의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한다. 비이성적인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보도와 선동적인 논조들이 난무하며,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기득권을 대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것이 오늘날 한국 언론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일보가 춘추직필을 다시 들겠다고 하니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세상일은 결국 사람과 돈의 문제이다. 한국일보가 재창간을 통해 춘추직필의 언론으로 다시 서기 위해서도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진실을 규명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실현하는 비판의 붓을 세울 참된 언론인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독립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일보는 지난 수 년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권력과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고 꿋꿋하게 정론을 펴왔음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경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부족했다. 그러기에 한국일보의 경영을 새롭게 맡은 승명호 회장이 안정적 경영을 통하여 권력과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참된 언론인들을 뒷바라지할 것을 기대한다. 참된 언론인과 안정적인 경영이 함께 만나는 것이 한국일보 재창간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태어난 한국일보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기득권에 영합하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그른 것을 바로 잡는 신뢰받는 언론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약자들의 분노를 달래주고, 상처받은 자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따뜻한 언론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로써 한국일보에 국민들이 신뢰하고 한국 사회의 균형추의 역할을 할 올곧은 참 언론인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