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전능한 독재자(러시아 알렉산드르 1세)가 ‘마주르카’의 단순한 선율 속에 얼마나 위협적인 것이 숨어있는지를 깨닫는다면 당장 이 음악을 금지시킬 것이다.”
독일의 작곡가 슈만이 동료였던 폴란드 피아니스트 쇼팽의 ‘마주르카’를 듣고 남긴 말이다. 서민의 춤곡 ‘마주르카’와 귀족의 무도회 음악 ‘폴로네이즈’를 피아노로 되살린 쇼팽의 연주는 강대국의 침탈로 쪼개진 조국을 기억하고 저항의식을 다지는 수단이었다.
5일부터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전에는 끊임없는 주변국의 침입을 받고도 독자 문화를 지켜낸 폴란드인들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쇼팽의 친필 악보와 그가 파리 무도회에서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는 광경을 그린 테오필 크비아트코프스키의 수채화가 전시돼 있다. 그림 속 폴란드인들은 전성기 폴란드 기병대 후사르를 상징하는 날개 장식을 달고 무도회를 벌인다.
19세기 폴란드 화가들은 민족 정체성 표현에 적극적이었다. 나라가 멸망하자 역설적으로 미술의 황금기가 도래했다. 폴란드 국민화가로 불리는 얀 마테이코의 대표작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는 1581년 폴란드 왕 스테판 바토리가 러시아 군대를 꺾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러 온 러시아 사신을 접견하는 장면을 묘사해 폴란드의 황금기를 드러냈다. 얀 그위바츠키 등은 폴란드를 상징하는 타트라 산맥 풍경을 그렸다.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아인스키는 ‘새벽녘의 플란티 공원’을 통해 옛 폴란드 왕궁이었던 크라쿠프 바벨 궁의 스산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문화예술품과 함께 중세 폴란드 왕조가 수립된 966년부터 현대까지 폴란드의 역사를 소개한다. 동양 유목민족의 영향을 받은 사실이 소매가 길고 허리가 넉넉한 귀족 의상 콘투시, 후사르 기병대의 경장갑 등에서 드러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저술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복제판과 20세기에 발달했던 폴란드만의 혁신적인 포스터 디자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8월 30일까지. (02)1688-9891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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