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국 총선거는 보수당 압승으로 끝났다. 28석이 늘어난 331석으로 드디어 보수당 단독정부가 구성됐다. 최대 원인은 역시 ‘스코틀랜드’였다. 2014년 주민투표에 의해 독립은 부결되었으나 중앙에 대한 반발 심리는 여전히 강했다. 지역의 강자였던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민족당(SNP)에게 거의 다 내주고 대패했다.
승리의 원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수당은 젊고 유능하고 새로웠다. 12년 만에 정권탈취에 성공한 지난 5년의 성과를 국민은 인정했다. 보수당 정권이 출범했던 5년 전은 위기의 한 가운데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금융의 중심지 뉴욕과 런던이 진앙지였다. 그 만큼 타격이 컸으며 새로운 정책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였다.
정권 탈취에 성공한 보수당의 리더들은 젊고 유능했다. 39세에 보수당 당수, 43세에 영국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66년생) 만이 아니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당수(67년생) 재무장관(71년생) 국방장관(61년생) 외무장관(61년생) 등 내각의 주요멤버는 40대였다. 이들은 특유의 낙관성과 기민함으로 위기 탈출의 개혁조치(재정건전화 조치 등)를 단행했다. 그리고 경제회복을 견인했다. 지난 5년간 영국경제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실질성장률 2.8%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았으며, 올 1분기 고용률 73.5%는 1971년 집계 이후 최고치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새로운 보수’라고 일컬었다. 그 중심에는 ‘큰 사회(big society)’ 정책이 있었다. 전통적인 보수당 정책이었던 ‘시장’의 확대가 아니라 ‘사회(시민사회)’의 확대에 의한 정부 기능 축소로 정책을 변화시켰다. 기부 및 자원봉사의 강조, 마을단위의 공동체 유지, 공공서비스의 민간(공공서비스협동조합) 이양, 사회적 금융 확대, 사회적 기업 공공조달 확충, 제3섹터청 설치 등 관련 정책을 실현해 갔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5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에 대한 공동체교육 및 자원봉사 강화, 대기업 및 공공기관 근로자의 연 3일간 자원봉사 휴일 부여, 사회적 금융 효과성 제고를 위한 사회성과 연계채권(SIB)의 확대 등도 약속했다. 새로운 보수는 단순히 규제완화와 감세 등 전통적인 정책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를 새로운 파트너로 설정한다. 스스로 서고(자조), 서로 도우며(협력), 지역이 재생(자립)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 소위 ‘사회적 경제’ 영역을 활용한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공공병원 및 아동보육에 대한 지원확대, 무상학교 증설, 최저임금 인상, 남녀 임금격차 해소를 약속 하는 등 진보적 색채의 정책을 많이 발표했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자신감의 반영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들은 엄격한 예산 제약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예산 절감의 최대 해결 방법은 바로 시민사회와의 협치, 민간 자조능력의 향상을 통한 복지의 확충에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새누리당 유승민(2014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10월), 정의당 박원석(11월) 의원들의 대표발의에 의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총 14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3당의 법안내용은 영국의 ‘큰 사회’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진영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사회주의적’이라는 단어로 해석하고 ‘헌법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최대 정책이 한국에서는 ‘사회주의’ 정책으로 둔갑해버린다. 난감한 현실이다.
보수든 진보든 국민에게 사랑 받는 정치의 특성은 명확하다. 먼저 유능해야 한다. 그리고 시대 변화를 읽는 새로움이 있어야 된다. 게다가 젊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어지러운 시대, 문득 영국 선거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젊고 유능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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