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ㆍ인근 주로 도피 가능성
최대 10만달러 현상금 내걸어
미국 뉴욕 주에서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났으나, 수사 당국은 탈옥수 두 명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기 검거를 위해 최대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하지만 살인범 출신 탈옥수들은 미리 준비된 차로 캐나다 혹은 인근 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 경찰과 뉴욕주 경찰은 일요일인 7일 밤에도 뉴욕 주 댄모라의 클린턴교도소를 탈옥한 리처드 맷(48)과 데이비드 스윗(34)에 대한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쳤다. 방탄조끼와 라이플총으로 무장한 250여명 경찰관이 댄모라 시내를 중심으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도로를 봉쇄, 운전자를 확인하고 차량 내부를 수색했다. 수십 마리 경찰견이 동원됐으며, 헬기를 통한 공중 수색이 병행됐다. 시민 제보를 받기 위해 키 180㎝ 내외인 탈옥수들의 얼굴과 머리카락 색깔, 문신 위치 등도 공개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맷과 스윗의 탈옥 수법은 쇼생크 탈출과 유사하다. 감방 뒤쪽 벽에 구멍을 뚫고 6층 높이의 좁은 통로를 기어 내려간 뒤, 파이프를 잘라내 가며 터널을 이용해 인근 맨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쇠 파이프를 자르기 위해 반입 경로를 알 수 없는 전동공구를 사용한 것만 빼면 영화 내용과 유사하다. 심지어 취침 시 2시간마다 이뤄지는 교도관의 순찰 점검에 걸리지 않기 위해 침대에 사람이 자는 것처럼 옷가지를 넣은 것까지 똑같다. 교도관을 조롱하듯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메모를 남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치밀하게 계획된 탈옥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외부인의 조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탈주범들이 뉴욕주 안에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댄모라 인근 플라츠버그의 음식점 주인 앤디 스튜워트는 “고속도로로 빠져 나가는 통로는 단 하나 밖에 없다”며 “이 길 대신 산길로 갔다면 신께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산세가 험하고 숲이 깊기 때문에 야생동물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탈옥 즉시 승용차를 얻었거나 미리 약속된 제3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미 북쪽으로 32km 떨어진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잠입했다는 것이다.
한편 쿠오모 지사는 동료 재소자들의 묵인 하에 탈옥이 이뤄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벽을 뚫고 파이프를 깨고 나가는 과정에서 소음이 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도 1865년 지어진 낡은 교도소 보수를 위해 근무 중인 용역 직원 등을 통해 전동 공구가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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