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량해고 이후 복직 투쟁 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ㆍ불안장애ㆍ심혈관 질환ㆍ불면증을 앓는 비율 역시 높았고, 해고 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해고자 10명 중 7명이 예금ㆍ적금ㆍ생명보험을 해지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 발생 6년째 되는 날을 하루 앞둔 7일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2015 함께 살자 희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고자 90.1%가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93.8%에 달했다. 87.4%는 구직과정에서 차별을 겪었다.
사회적 고립감과 해고자가 겪는 낙인효과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자의 건강상태를 자동차 제조업 정규직 남성 평균(안전보건공단의 3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추출)과 비교한 결과, 지난 1년간 우울ㆍ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은 쌍용차 해고자(75.2%), 복직자(30.3%), 자동차산업 종사자(1.6%) 순이었다. 심혈관 질환을 앓은 비율도 해고자(23.7%)가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복직자(15.5%), 자동차산업 종사자(0.9%)가 이었다. 두통ㆍ복통ㆍ전신피로ㆍ불면증 등을 경험한 비율 역시 같은 순서를 보였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자 모두 건강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직이 건강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됐다. 해고되기 전인 2008년 기준 연소득 2,000만원 이하 비율은 5.4%에 그쳤으나 2009년 해고 직후 94.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69.0%가 2,000만원 이하 소득으로 생계를 이었다. 또한 해고 후 2년이 지나기 전에 해고자의 54.2%가 민간보험을 해지했다. 예금ㆍ적금(73.9%), 생명보험(60.0%)을 해지한 경우는 그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삶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해고자들은 2008년 9.92%에서 올해 46.21%로 급증했다. 김 교수는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해고됐을 때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는 2009년 쌍용차에서 해고된 187명 중 142명, 같은 해 무급휴직됐다가 2013년 1월 복직한 455명 중 176명이 참여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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