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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상황도 버텨라"… 차가 겪는 1년, 24시간으로 압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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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상황도 버텨라"… 차가 겪는 1년, 24시간으로 압축 실험

입력
2015.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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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5도에서 적도 땡볕까지 재연

바닷물보다 짠 소금물 세례도

12년간 온갖 상황 가정 내구도 평가

"소비자, 녹스는데 민감" 개선 반복

경기 화성시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적도의 햇볕보다 강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차량의 손상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경기 화성시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적도의 햇볕보다 강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차량의 손상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5일 경기 화성시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부식연구동 내부. 컨테이너 크기의 은색 대형 구조물(챔버) 안에서 신형 카니발에 소금물을 뿌리는 시험이 진행됐다. 시험이 되풀이 되면서 챔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창에 소금 결정이 눈꽃처럼 맺혔다. 안승호 가속내구개발팀 파트장은 “철판 틈까지 소금물이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 안개 형태로 분사한다”고 설명했다.

옆 챔버의 문을 열자 한여름 장마철 공기보다 덥고 습한 열기와 습기가 온몸을 덮쳤다. 다음은 영하 25도의 저온 챔버. 마지막은 ‘실차 태양광 챔버’다. 자외선 램프 70여개가 동시에 쏘아내는 빛은 적도의 땡볕보다 강했다. 안 파트장은 “사람이 들어가면 몇 분 안에 화상을 입을 정도”라고 말했다.

저온 챔버 안. 영하 25도에서 강판, 플라스틱, 고무 등이 벌어지지 않는지 시험하는 곳이다. 현대차 제공
저온 챔버 안. 영하 25도에서 강판, 플라스틱, 고무 등이 벌어지지 않는지 시험하는 곳이다. 현대차 제공

부식 연구동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차량을 부식시키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부식에 강한 차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차량도 이 연구동 안에서는 그저 실험 대상일 뿐이다.

소금물을 뿌리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강판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고 바로 냉동고에 넣어서 강판, 플라스틱, 고무 등 다른 재질들의 연결부위가 벌어지지 않는 지 확인한다. 자외선이 도장 페인트와 고무 패킹을 얼마나 상하게 하는지도 확인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바닥에 10㎝ 정도 깊이로 소금물을 채운 것도 모자라 사방에서 뿌려대는 터널을 통과한 뒤 비포장로와 깨지고 구멍 난 아스팔트, 철길, 과속방지턱 등을 모사한 도로 등에서 내구로 주행이 더해진다. 보통 내구로 주행 5시간, 염수 분무 3시간, 항온항습 14시간, 자외선 노출 2시간 등 24시간을 1사이클로 보는데 이는 실생활에서 자동차가 겪는 1년에 해당한다.

도장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보닛에 팥알만 한 돌 수 백개를 시속 80km 속도로 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도장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보닛에 팥알만 한 돌 수 백개를 시속 80km 속도로 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부식연구동에 들어온 차들은 12사이클, 그러니까 12년의 가혹한 상황을 겪은 뒤 용접 부위별로 모조리 뜯어내 노후와 부식도를 확인하는 실험실로 다시 들어간다.

굳이 12사이클을 돌리는 것은 유럽의 보증연한에 맞추기 위해서다. 유럽은 강판과 강판 틈새를 기준으로 12년 안에 부식이 생기면 강력하게 수정을 권고한다. 이는 국내, 북미,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소금물의 농도만 봐도 가혹한 조건을 알 수 있다. 염수로를 통과한 차에 묻은 소금물을 맛봤더니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짰다. 바닷물의 염도가 보통 3.5%인데, 여기서 뿌려대는 소금물 농도는 5%다. 제설작업 때 염화칼슘을 과도하게 뿌린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염도 실험이다.

이렇게 까다롭게 실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병훈 내구성능개발실장은 “과거에 욕을 하도 많이 먹어 그렇다”며 웃었다. 그는 “부품 불량은 10만대 판매 시점에 나와도 개선할 수 있지만 부식은 출시 10년도 넘어 해당 모델을 다 팔고 난 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자 입장에서 주요 5대 내구(부식, 파워트레인, 엔진고속, 험로주행, 총합내구) 중 부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이지만 확연하게 ㄴ ns에 보이는 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산차 강판의 질은 형편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만 녹이 잘 슬지 않는 아연도금 강판을 사용해 차량 하부나 도어 연결부에 쉽게 녹이 슬었다. 그러나 점차 아연도금 강판 사용 비율을 높여서, 최근 쏘나타 기준으로 80% 정도를 사용한다.

바닷물보다 짠 소금물을 사방에서 안개처럼 쏘아대며 강판이 부식되지 않는지 시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바닷물보다 짠 소금물을 사방에서 안개처럼 쏘아대며 강판이 부식되지 않는지 시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눈이 많이 오고 제설제를 다량 사용하는 우리나라 추세를 반영해 내수용 모델도 2007년부터 제설제 사용이 많아서 금속의 부식 우려가 높은 지역(방청지역)의 부식 방지 기준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미국 부식학회와 일본 닛산 자동차 등은 적설량과 제설제 사용 유무 등을 감안해 각 나라를 일반, 준방청, 방청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반국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일반국을 없애고 준방청, 방청국으로만 양분했다. 좀더 부식에 강한 차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를 보는 소비자들의 눈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수출용 차에만 아연도금 강판을 쓴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 실장은 “내수용에만 아연도금 강판을 쓰지 않으려면 제작과 시험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이제는 더 이상 악성 루머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실험실에 들어서니 굉음을 쏟아내는 챔버가 눈에 들어왔다. 보닛을 실제 차량에 장착했을 때 높이와 각도로 고정시킨 뒤 팥알만한 돌 수백개를 시속 80㎞ 속도로 쏘아대는 시험이 한창이었다. 주행 중 돌이 튀어 도장면에 흠집이 생기면 곧바로 강판 부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도장 강도를 높여야 한다. 민 실장은 “부품 하나라도 경쟁업체보다 뒤쳐지면 치열한 자동차 판매 경쟁에서 낙오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성능 시험과 개선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성=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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