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월, 입주권까지 합치면 1000건 돌파해 사상 최대
전매제한 풀리고 강남 분양 줄잇고… 하반기까지 분위기 이어질 듯
슬슬 투기 수요도 늘어나
주택시장 회복세에 악재 될 수도
서울 아파트 분양ㆍ입주권 거래량이 역대 최초로 월 1,000건을 돌파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청약시장에 진입을 못한 실수요자에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까지 함께 가세하면서 거래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손바꿈이 일어날 때마다 거품이 끼기 마련이라 저금리와 전세난에 기대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분양권 거래는 744건으로, 전달(368건)의 2배를 넘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7년 6월 이후 월간 기준으론 최대치다. 여기에 조합원이 판 입주권까지 합치면 거래량은 1,039건에 이른다. 역시 최대 기록이다.
지난달 눈에 띄게 분양권 거래량이 급증한 데는 성동구(474건)의 5월 거래량이 전달(42건)보다 10배 넘게 급증한 영향이 크다. 특히 전매 제한이 없는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 1ㆍ2차’에서 분양권이 쏟아졌다. 일반분양 물량이 1,029가구인데 지난달 이 단지에서만 거래된 분양권이 285건이다. 10가구 중 3가구(28%)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 단지의 경우 웃돈도 꽤 붙었다. 전용면적과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월 초 당첨 발표 후 지금껏 대략 2,000만~4,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게 주변 중개 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공개하고 있는 분양권 실거래가를 봐도 전용면적 84㎡의 최초 분양가는 6억3,000만원대인데 지난달 이 평형은 최고 6억8,54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 시장의 환경 변화도 최근 분양권 거래를 부추기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청약 1순위 자격 조건이 느슨해지면서 청약 참여자가 늘었고 경쟁률도 높아졌다”며 “그런 만큼 당첨에 떨어지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졌고,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분양권을 팔아 단기 시세 차익을 챙기는 투기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봄 인기리에 마감한 아파트들의 6개월 전매 제한이 속속 풀리는데다 강남권 분양도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 단지로 반응이 좋았던 서대문구의 ‘e편한세상 신촌’(청약경쟁률 평균 11대 1)과 ‘아현역푸르지오’(7대1) 등이 하반기 전매제한에서 풀린다. 또 8월 가락동 가락시영 재건축을 시작으로 9월 ‘서초우성2래미안’, 10월 ‘반포한양 자이’, 11월 청담동 ‘코오롱 하늘채’, 12월 반포 ‘푸르지오’ 등 강남권에서 분양 물량이 줄줄이 쏟아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도 청약시장에서 인기 단지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분양권 전매를 노리는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며 “분양 훈풍이 지속되면서 전매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택지의 상한제 폐지로 가뜩이나 올라 있는 분양가에 거품까지 낄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 거래에 다운 계약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 거래가는 더욱 높을 수 있다”며 “이는 곧 주택가격 왜곡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 지역에서 손바꿈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 결국 마지막에 사는 실 입주자가 거품 비용을 모두 떠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