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5번이면 줄만큼 준 거 아닙니까?"
염경엽 넥센 감독이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지난 7일 목동 두산전에 앞서서다. 염 감독은 오른손 투수 김동준(23)을 얘기하며 "나는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김)동준이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동준은 불펜에서 개막을 맞이해 두둑한 배짱과 묵직한 구위로 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6일 목동 삼성전까지 7경기에서 1승 무패 2.77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그러자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그를 선발로 승격시켰다. 5월10일 목동 KIA전이 2012년 프로에 뛰어든 그의 생애 첫 선발 등판이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만 5이닝 2실점(비자책점)으로 잘 던졌을 뿐, 이후부터 부진했다. 선발 5경기 그의 성적은 승리 없이 1패, 6.41의 평균자책점이다. 염 감독은 "구위가 딱히 떨어진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경험 부족 때문 아니겠느냐"며 "(김)동준이에게만 기회를 더 줄 수 없는 노릇이다. 따로 불러서 '앞으로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또 한 번의 기회를 잡도록 하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염 감독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기회는 화끈하게, 판단은 냉정하게'다. 선발진이 마땅치 않는 넥센은 매해 투수를 키워서 써야 하는 입장이다. 올해는 왼손 베테랑 오재영이 시즌 전 고관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더 큰 구멍이 뚫렸다. 그래서 당장의 패배에 개의치 않고 "타자와 싸울 줄 아는 구위와 정신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기회를 주겠다"는 게 염 감독의 말이다.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유격수 김하성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잘해주고 있다. 벌써 10개의 홈런을 쳤다"며 "날이 더워지면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부상 당하지 않을 정도의 체력 안배만 해주고 계속 밀어붙일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가 1년을 버텨봐야 더 성장한다. 김하성은 내년에 더 잘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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