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현지 주민 등 1000여명 참석
주말 오락 프로 방송 중단 지시도
해사국 "블랙박스·경보장치 없었다"
사고 원인 조사, 진술 의존 불가피
유가족 현장 접근 차단 등 논란 불씨
인터넷엔 세월호와 비교 글 쏟아져
중국이 442명의 사망ㆍ실종자란 최악의 선박 사고 수습을 1주일도 안 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속전속결 의지에 따른 것이지만 승객 가족들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침몰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이 7일 오전9시 중국 창장(長江ㆍ양쯔강) 중류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 사고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 날은 사고 희생자들에겐 두칠(頭七)일이기도 했다. 이는 망자가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중국 민간 장례 풍속이다. 추모식엔 승객 가족들과 구조대원, 현지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선박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고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올렸다.
젠리현의 위사(玉沙)초등학교 담장에는 이번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이 적힌 노란 리본들이 가득 등장, 마치 지난해 세월호 사고 후 팽목항 주변을 연상하게 했다. 젠리현 중심지인 위사(玉沙)광장에도 수천 명의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중국은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를 위해 주말 황금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의 TV 방송을 잠정 중단할 것도 지시했다.
이날 오후 현재 수습된 시신은 모두 431구다. 11명은 실종 상태이다. 결국 456명의 승객과 선원 중 살아 돌아 온 14명을 제외한 44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는 신중국 성립 이전인 1948년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장야호 폭발 사고 이후 가장 큰 선박 사고 피해다. 그러나 당국이 지난 4일 선체 인양을 전격 결정한 뒤 하루 만에 선체를 완전히 물 밖으로 들어 올린 데다 이날 공식 추도식도 열리면서 둥팡즈싱호 사건은 점차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의문점도 남아 있다. 중국 창장(長江·양쯔강)해사국은 6일 둥팡즈싱호에 대한 최후 수색을 마친 뒤 블랙박스는 없다고 밝혔다고 관영 CCTV가 전했다. 블랙박스는 항해 시간, 선박 위치, 속력, 통신내용, 풍속, 풍향, 기관 상태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둥팡즈싱호엔 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변 선박 등에 위험 상황을 긴급하게 알려주는 자동경보장치도 없었다고 해사국은 발표했다. 결국 사고 원인 조사는 목숨을 건진 선장과 기관장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공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무엇보다 당국이 선체 인양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승객 가족들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불만의 씨앗이 되고 있다. 당국은 승객 가족들의 현장 접근 등도 차단했다. 승객 가족들이 이후 배상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지도 미지수다.
중국 인터넷엔 세월호와 둥팡즈싱호의 사고와 당국 대응 등을 비교하는 글들이 많았다. 침몰 사고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유사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현장은 수심이 깊고 물살도 센 바다였던 데 비해 둥팡즈싱호 현장은 수심이 15m에 불과하고 파도도 없는 강이었다. 둥팡즈싱호는 순식간에 전복이 돼 승객 대부분인 노인들이 탈출할 시간이 없었던 데 비해 세월호는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시와 늑장 구조로 학생들이 객실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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