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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가치 동의하십니까

입력
2015.06.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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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조각가 가브리엘 쿠리

돌멩이·가격표 붙은 잡동사니 배치…작품 가격 기준에 도발적 질문

'눈에는 이, 이에는 눈'전

작가 3명, 소비자와 직접 거래

가브리엘 쿠리

우리가 감상하는 미술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작품에 객관적인 가격이란 것이 존재할까? 5월 11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역대 미술품 최고가인 약 1,968억원에 낙찰됐다. 언제부터인가 미술품은 그 예술적 가치와 별개로 부자들의 손을 전전하는 현금 대용 고가품으로 통용되고 있다. 유명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술품은 탈세와 돈세탁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작품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이 아닌 감상자를 만족시키는 가치, 어쩌면 미술품 본연의 이 가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멕시코 조각가 가브리엘 쿠리의 작품은 예술품의 가치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거리에 널린 이상한 모양의 바위와 돌조각, 쇼핑센터에서 싸게 구매해 가격표조차 떼지 않은 장난감 모형을 작업대에 늘어놓았다.

멕시코 조각가 가브리엘 쿠리는 버려진 물건, 돌멩이 등 전시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물건을 늘어놓아 미술품의 값어치를 매기는 기준을 묻는다. 국제갤러리 제공

벽에 붙은 네 장의 대리석 조각 사이에는 1,000원권부터 5만원권까지 우리나라의 네 가지 지폐가 한 장씩 끼워져 있다. 흔히 전시장에 있는 물건이라면 무조건 예술품으로 경외하는 관객들에게 “이것도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듯하다. 네 장의 대리석 조각과 6만6,000원어치 화폐는 사실 그저 잡동사니와 6만6,000원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친숙한 일상용품을 기묘하게 배치함으로써 예술품을 만들어 내놓고, 이를 통해 예술품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7월 5일까지. (02)735-8449

쿠리가 작품으로 미술품의 가치에 질문을 던진다면, 서울 구기동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열리는 ‘눈에는 이, 이에는 눈’은 독특한 방식으로 미술작품 거래를 시도한다. 작가 3명과 미술 소비자 7명이 함께 워크숍을 열고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내놓고 작가들은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맞춤제작해 주는 식의 거래 협상을 했다.

사진작가 이윤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살롱에서 일을 도와준 이들에게 살롱의 간판을 찍은 기념사진을 주었다. ‘키 ○○○㎝에 ○○○한 사람이 앉는 의자’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정찬일은 작품 모델이 돼 준 이들을 위해 개인용 목조 의자를 만들었다. 작품과 관련된 도움을 받고 작품을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화가 유창창처럼 거래가 쉽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영감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며 작은 돌멩이, 캔 뚜껑, 마른 꽃, 세월호 집회에서 얻어 온 노란 바람개비 등을 받은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그리던 ‘산’ 시리즈 중 하나를 주었다.

사진·영상작가 정찬일은 사진 모델이 돼 준 이들에게 나무 의자를 제작해준다. 새로운 방식의 미술품 거래 모델이다. 아트 스페이스 풀 제공

터무니없는 거래처럼 보이지만, 예술의 가치는 주관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합당한 거래 모델이다. 작가와 관객이 워크숍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가치를 교환하는 것 이상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랴. 전시를 구성한 이정헌 큐레이터는 “예술의 가치와 효용성이 화폐로 치환되면서 결국 투자 가치에 좌우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02)396-4805

전시에 앞서 작가와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예술품의 가치를 주제로 강연한 이섭 독립큐레이터는 “원래 예술행위는 시장의 교환가치와 무관하다”는 원론을 강조했다. 그는 “미술작가가 작품이 비싸게,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이전에 사회가 예술가들에게 요구하는 바를 찾아내고 공공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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