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유럽 내 서방국들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신문은 이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이 러시아와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무기 체계에 지상발사 순항 미사일과 중거리 핵미사일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새로운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러시아가 INF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도 INF를 위반해 ‘쌍무적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 이는 지난 1987년 미-러 양국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 조약(INFㆍ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 treaty)를 위반하는 셈이 된다.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이 조약은 중거리(사거리 500~5,500㎞) 지상발사 미사일, 또는 순항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고 있다.
INF 위반은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까지 가세한 새로운 군사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과 러시아는 5년 만에 열린 ‘핵 비확산 조약(NPT) 평가 회의’에서도 NPT 체제 강화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핵무기 경쟁’ 징후를 보였다. 러시아는 특히 내년에 예정된 핵안보정상회의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사용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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