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두산) 상장사 6곳 중 1곳의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및 계열사 우호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사가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 지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 합계를 넘어서는 회사가 16곳(16.7%)인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상장사를 가진 삼성그룹의 경우 6개사(삼성전자 삼성화재 에스원 호텔신라 삼성물산 삼성SDI)의 외국인 지분율이 총수 우호 지분보다 많았다. 특히 삼성전자(51.82%)와 삼성화재(51.37%)의 외국인 지분은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SK그룹(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LG그룹(실리콘웍스 LG화학 LG상사)은 각각 3개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이 총수 우호 지분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대형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를 확보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것처럼 허점을 노출하는 경우 언제든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들 외국인 주주들은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단기차익을 노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에 좀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긴 하지만, 일단 지주회사가 되면 해당 지주회사 지분만 잘 관리해도 모든 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회사들의 경우 언제든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며 “대기업들도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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