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에 6∼7일 주민전화 수백통 폭주
"몇호에 사냐? 그 집 소독은 했냐? 알려주지 않으면 관리사무소로 가서 CCTV 보고 직접 확인하겠다."
지난 6일 오후 8시 10분께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의 거주지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 등을 공개하자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밤새도록 전화가 빗발쳤다. 이같은 문의전화는 다음 날인 7일까지 이어졌다.
이미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더 상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주말 이틀내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몇동인지만 알려주고 몇호에 사는지는 왜 안 밝히냐", " (1차) 양성 판정자의 집 소독은 몇시쯤 했냐, 제대로 한 거냐", "증상은 언제부터 나타난거냐"는 등 이것저것을 캐물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오늘 새벽까지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와 근무자가 밤을 꼬박 샜다. 오늘 아침에도 6시부터 두 시간만에 50통 가량 받았다"고 뒤숭숭한 단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불안한 마음에 관리사무소로 전화해 물어보는 걸텐데 우리도 정보가 제한돼 답답하다"며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평소처럼 생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는 지역 주민과 학부모 불안이 커지자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가 살던 해당 동 전체와 주차장,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 등을 이날 오후 집중 소독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날 오후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던 60대 주민 2명은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는 의료진이 꽤 많이 살아 웬만큼 예상했다"며 "문제는 정부가 감염 매개체가 누구이고 이 사람이 어디를 헤집고 다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확산을 우려했다.
아파트 주변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는 한 배달원은 "최근 가게로 찾는 손님은 준대신 배달 주문은 많이 늘었다"며 "토요일에 평소 130곳을 배달하는데 어제는 180곳 가량을 다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메르스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주변 초등학교는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3∼4명 외에는 메르스 여파 탓인지 학생과 주민들의 발길이 뜸해 한산했다.
이날 낮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을 향하던 한 4학년 학생은 "엄마가 학원갈때 빼고는 집에 있으라고 해서 다음주엔 외출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집에 들어가면 손부터 씻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애초 8∼10일까지 휴업하려던 계획을 연장해 12일까지 휴업기간을 확대했다.
해당 초교 교장은 "메르스 확산 추이에 따라 휴업기간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휴업은 하지만 등교해서 돌봄교실이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도대책도 꼼꼼히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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