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內 빈 교실 1000개 넘어
성남시 양영중학교 중국어 체험센터
용인시 태평초등학교 드림센터 등
놀고 배우는 장소로 활용 1석2조
“용 콰이즈 찌아!(用?子?ㆍ젓가락으로 집으세요)”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청솔중학교 예지관 2층에서는 중국인 원어민 교사와 함께 ‘젓가락 대회’를 연 양영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반 친구들과 중국 젓가락을 이용, 과일 모형 등을 재빨리 집어 나르는 게임을 즐긴 고준현(17)군은 “문화 별로 젓가락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도 알고 게임을 하면서 중국어도 배우니 지루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고군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젓가락대회 외에도 사자탈춤, 경극 탈 그리기, 마작, 중국서법 등을 익혔다.
양영중 학생들이 중국 문화를 경험한 이곳은 성남시가 전국 처음으로 만든‘중국어 체험센터’다. 시는 저출산 등의 여파로 교실이 남아돌자 학생들이 중국에 가지 않고도 중국어와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시비 3억5,000만원이 투입돼 지난 3월 문을 연 센터는 문화강좌실 어학강좌실 다목적실 등 체험실 3곳과 자료제작실 등 611㎡ 규모로 꾸며졌다.
이곳에선 원어민 교사 2명과 내국인 강사 1명이 실생활과 예체능 중심의 중국어 체험프로그램 10개를 진행한다. 성남시는 센터가 문을 연 뒤 7일까지 입소한 학생이 1,8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학생이 없어 방치되던 빈 교실이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교육 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먼지를 털어내고 언어ㆍ문화 배움터, 학습준비물센터, 놀이공간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는 3억7,000만원을 들여 여수초교 등 초등학교 35곳의 빈 교실 37곳에 학습준비물센터도 마련했다. 센터에서는 각 교과과정에 필요한 색종이와 도화지, 사인펜 등 3,680여개 품목의 학용품을 빌려줘 학습준비를 돕고 있다. 시는 센터에 학부모 1~2명을 3시간 근무조건으로 채용해 틈새 일자리도 창출하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시는 나머지 초등학교 33곳에도 차례로 준비물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앞서 2008년과 2009년 청솔초와 창곡중, 금상초 등 3곳의 초등학교 빈 교실에 영어체험센터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일선 학교의 사업도 눈에 띈다. 용인 태평초는 지난 1일 남는 교실에‘드림카페’를 열었다. 마땅히 놀 공간이 없어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교어린이회의와 학부모, 교직원 등이 머리를 짰다. 카페에는 전자오르간과 노트북, 빔프로젝터, 탁구대, 바둑, 미니 축구대 등이 마련돼 학생들의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태평초 곽영희 교장은 “작은 공간임에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면서 “이곳에서 꿈이 실현돼 제2의 조수미, 제2의 정경화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도내 초등학생수는 72만8,288명으로 지난해 73만2,307명보다 4,019명이나 급감하는 등 학생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이 여파로 비어 있는 교실도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