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동이 꺼진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온 행위는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모(38)씨는 2013년 5월 5일 오후 11시30분쯤 술을 마신 뒤 100㏄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경찰관에게 단속됐다. 이씨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0.05% 이상)에 해당하는 0.072%로 나와 벌금을 물게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재판에서 “술을 마신 건 맞으나 오토바이 시동을 끈 채로 끌고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탑승했을 뿐 운전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기어를 중립에 놓거나 클러치를 잡은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력주행’ 했다면 운전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는 자동차처럼 원동기를 쓰는 운송수단이어서 엔진을 사용해야 운전에 해당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검찰은 “단속 당시 오토바이 시동이 켜져 있었다”며 이씨의 운전 거리를 늘리는 등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부지법 형사1부는 원심대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진술만으로는 이씨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며 “오토바이를 끌고 왔을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