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위축된 경제가 메르스 파동으로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내수 부양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1년여 간 부진했던 소비가 가까스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 또 다시 메르스 악재까지 터져 내수 회복조차 극히 불확실한 상황에 빠졌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이달 말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향후 경기대책에 메르스 변수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메르스로 인한 부정적 경제효과가 본격화한 건 아니다. 정부 기대대로 이번 주를 고비로 확산세가 누그러지면 경제 여파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미 가시화한 부작용만 해도 예사롭지 않다. 그나마 특수를 유지해줬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초엔저의 여파로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파동으로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방문키로 했던 외국인 관광객 중 2만600명이 여행을 취소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도 격감해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8%, 수원 평택 등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10%나 급감했다. 대규모 행사나 학생 단체활동 취소 등의 여파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메르스가 아직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우리경제는 3%대 초반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애써 주장했다. 글로벌 교역둔화, 초엔저, 중국 시장 위축 등 내외 경제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부분의 국내외 기관의 성장률 전망이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3% 전망엔 매우 과감한 경기대책이 전제돼 있었다. 지난달 전망을 기존 3.5%에서 3%로 하향 조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3% 달성의 전제로 1~2차례 기준금리 인하, 적극적 재정정책, 4대 구조개혁의 성공 등을 적시했다.
한은 입장에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금리를 또 낮추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출기반을 급속히 와해시키고 있는 초엔저 상황이나 미국 금리인상 시점의 지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인 금리결정에 나설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 역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가계부채 불안을 상쇄할 조치를 강구해 한은에 운신의 여지를 주면서, 보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가동해 위축된 경제심리를 활성화할 필요가 크다. 메르스 파동을 계기로 ‘추경+금리인하 패키지’ 해법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상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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