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A조 제1국
백 이세돌 9단 흑 이동훈 3단
장면 10 백이 패의 대가로 중앙을 크게 집으로 굳혔지만 흑도 그동안 벌어 놓은 실리가 많아서 의외로 형세가 만만치 않다. 당시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하던 최명훈 9단은 “1, 3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판단을 해보니 백이 약간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불과 한두 집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과연 누가 이 바둑의 최종 승자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한두 집을 다투는 미세한 끝내기 단계에서는 이세돌보다 오히려 이동훈이 더 강점이 있다. 이세돌도 상대의 끝내기 실력을 잘 알기에 승부를 빨리 결정짓고 싶었던 모양이다. 4, 6으로 나가 끊어서 중앙을 최대한 크게 잡으려 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도 욕심이 과한 느낌이다.
이동훈이 5부터 9까지 선수한 다음 11로 붙이자 백의 응수가 쉽지 않다. 당장 흑에게 12로 끼움 당하면 안 되므로 이세돌이 얼른 12로 이었지만 아뿔싸, 그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이동훈이 뜻밖이라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살그머니 13으로 꼬부리자 이세돌이 바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선선히 돌을 거뒀다. 흑 대마를 잡으려면 참고도 1부터 5로 파호해야 하는데 6, 8로 차단해서 간단히 백이 안 된다. (5 …1) 순식간에 대역전극이 벌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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