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두산 마운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믿었던 선발진마저 흔들리며 중위권 자리도 썩 안정적이지는 않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다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컨디션을 좀 끌어올려야 하고 완급 조절이나 타자들을 상대하는 노하우가 더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현재 2군에서 뛰고 있는 왼손 이현승(32ㆍ두산)은 1군에서 꼭 필요한 투수이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경기장 안팎에서 해주는 역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허리 부상을 털고 실전에 나서고 있는 이현승을 지난 주말 이천에서 만났다. 지난 4일 홍익대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몸 상태는 다 올라왔다"며 "이제는 정말 이천을 떠나고 싶다"고 웃었다.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던 재활이 예상보다 길어졌다.(3월20일 왼 중지가 미세 골절된 이현승은 당초 2주 진단을 받았다)
"손가락 부상 이후 허리에도 통증이 찾아왔다. 항상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구단이 준 스케줄보다 내가 좀 오버한 것 같다. 원래는 5월15일 라이브피칭에 들어가고, 이후 실전도 소화해 5월 안에는 1군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라이브피칭 직전 걷지도 못할 정도로 허리가 아팠고, 결국 좀 쉬다가 다시 캐치볼부터 시작했다."
-부상이 겹치면서 상심이 컸겠다.
"좋지 않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 크게 실망했다. 화도 많이 났다. 그러나 더 좋게 생각하면 액땜 아니겠는가. 지금 시즌의 3분의 1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남은 시즌 잘 하면 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손가락과 허리 상태는 어떤가.
"모두 괜찮다. 손가락은 너무 천천히 붙어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공 던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허리도 아프지 않다. 허리가 아픈 뒤부터는 이천에서 숙소 생활을 했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살도 빠지고 몸도 날렵해진 느낌이다. 굳이 다이어트는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빠졌다."
-모처럼 숙소 생활을 하니 예전 생각도 들었겠다.
"2군에서는 목표 의식이 없으면 운동이 안 된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하고 자고, 다시 밥 먹고 운동하고…. 늘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에 지겹기도 하지만 1군에 올라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 4일 첫 실전 투구에 대한 소감은.
"생각보다 감이 좋다. 집중해서 던지면 코스, 코스로 공이 들어갔고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모두 시험해 봤는데 제구가 말을 들어 만족하고 있다. 사실 (홍익대전은) 좀 긴장됐다. 오랜만에 던지는 데다 대학교 팀이라 부담이 있었다. 이런 경기에서 연속 안타를 맞으면 좀 그렇지 않겠나. 마운드에 올라가 일단 제구력 먼저 테스트해보고 직구 구위를 살펴봤다. 80-90%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됐다."
-직구 시속이 140㎞까지 나왔다.
"라이브 피칭 때만 해도 스피드가 안 나와 걱정이 많았다. 140㎞가 찍혔으니 거의 다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못해도 직구가 140㎞대 초반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
-앞으로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김태형 감독은 최소 1, 2경기는 더 2군에서 등판시키고 콜업한다고 했는데.
"구단에서 준 스케줄을 따를 것이다. 나도 일단 퓨처스리그에서 던져 좀 더 감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빨리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과 코치님의 결정을 따를 것이다."
-1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팀이 원하는 곳에서 뛰어야 하지 않겠나. 선발도 좋고, 불펜도 상관없다. 어차피 1군은 경쟁을 통해 잘하는 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따낸다. 지금은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뿐이고 잘 할 자신도 있다. 그리고 솔직히 여기 너무 덥다. 아우, 너무 더워서 못 던지겠다. (하하)."
사진=두산 이현승.
이천=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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