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하버드 공대’를 ‘파산한 독일 은행 공대’라고 부르겠다.”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가 하버드 공대에 4억 달러를 기부해 공대 이름을 바꿔놓은 ‘헤지펀드 제왕’ 존 폴슨의 윤리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폴슨과 하버드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삭스는 6일 미국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폴슨이 지난 2007년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일명 아바커스로 알려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구성된 금융상품을 설계한 뒤 상품이 망하는 쪽에 투자해 무려 10억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상품이 수익을 낼 것으로 믿은 수많은 투자자들은 파산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중소기업 관련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IKB은행이다. 이 은행은 이 투자로 1억5,000만달러를 잃고 파산했다. 삭스 교수는 이러한 비윤리적 행태에도 폴슨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고, 대신 골드만 삭스는 금융당국의 고발에 따라 벌금 5억5,000만달러를 무는 것으로 법적 책임을 면했다.
삭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하버드 공대가 폴슨의 돈을 받고 ‘폴슨 공대’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독일 사람들이 하버드 공대에 막대한 돈을 기부한 셈이라며, 자신은 하버드 공대를 ‘파산한 독일의 IKB은행 공대’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폴슨의 하버드대 기부는 하버드대 출신인 삭스 교수 외에도 “하버드조차 돈만 있으면 학교의 이름을 바꾸게 해주는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비판을 적잖게 받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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