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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현실을 좇으라"는 놀란의 연설

입력
2015.06.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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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장에서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장에서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꿈보다 현실을 쫓길 바랍니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15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졸업식 연설자로 나서 한 말이 6일 화제가 됐다. 비루한 현실보다 꿈을 좇으며 미래를 그려가라는, 흔하지만 진리처럼 여겨지는 조언과는 다른 연설로 박수를 받았다. ‘인터스텔라’와 ‘다크나이트’시리즈, ‘인셉션’ 등 공상과학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감독답지 않은 발언이라 더 눈길과 귀를 모으게 했다.

이날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놀란 감독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교정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대학 졸업식 연설에 나선 사람들은 보통 ‘꿈을 좇으라’는 말을 하나 나는 그런 말을 여러분에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그 말을 믿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여러분이 현실을 좇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꿈을 좇지 말아야 할 이유로 그는 현실의 중요성을 꼽았다. “언젠가부터 현실을 ‘가난한 사촌’ 정도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만든 영화들을 본 사람들이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라고 자주 물어보는데 그만큼 현실이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실에 더 집중하라는 놀란 감독의 말은 최근 뉴욕대학 예술대 졸업식에 참석해 동문 후배들에게 “여러분 축하 드립니다, 이제 X됐습니다”라고 말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연설은 교정을 나서 막 사회의 문턱에 선 졸업생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 현실을 깨우쳐준다. 명문 뉴욕대와 프린스턴대를 찾아 뻔한 축사만 남발하고 뉴스조차 되지 않는 다른 명사들보다 눈에 띄는 이유일 것이다.

놀란의 프린스턴대 연설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허황된 말보다는 이런 현실적인 말들이 (졸업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영화는 현실적인데 말은 현실적이다”라는 또 다른 네티즌의 글은 재치가 있다.

놀란은 영국 명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만든 중편영화 ‘미행’으로 데뷔했다. 놀란은 ‘미행’의 성공으로 바로 할리우드로 스카우트됐다. 허황된 꿈에 젖기보다는 현실에서 행동으로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가는 사람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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